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의료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암 환자 등에 대한 본인부담금 일정부분 감액으로 인해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가속화되고, 이에 따라 병원급 이상의 급여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 재정적자와 그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인한 의료계 전반의 변화를 짚어보고, 의료계와 국민 모두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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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보장성 강화 후폭풍..재정적자 재현되나
(중) 급여중심 정책, 의료체계 혼란만 부른다
(하) 의료계-정부-국민, 상생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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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작한 이래 올 3월까지 건보 당기수지가 6개월간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보장성 강화 소요 재정은 1조원 규모. 건보 재정추이를 살펴볼 때 2천억 정도의 당기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정부는 2008년까지 보장성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지만, 2007년부터는 이에 대한 재정국고지원금이 중단될 예정이어서 향후 건보재정 압박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보장성 강화, 국고지원 불안정성으로 재정악화
29일 건보공단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보장성 강화정책 시행직후인 지난해 10월 적자로 돌아선 이래 올 3월까지 적자행진을 계속했다. 지난 2/4분기 직장보험료 정산액 등 수입이 늘어나면서 당기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선 상황이지만, 이 같은 적자행진은 6개월이나 계속됐다.
건보 당기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데는 보장성 강화의 영향이 컸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금 50% 감면을 시작으로 올해 6세미만 입원진료비 면제, 최근 식대급여화에 이르기까지 보장성 강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고, 이는 곧 급여비의 증가로 이어졌다.
총 요양급여비는 의약분업 이후 7~8대의 안정적인 증가추세를 보이다가 2005년 10.9%가 급증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그대로 이어져 1분기 총 요양급여 비용은 18.5%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심평원 안학준 차장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보험급여비가 지속적으로 상승, 전반적으로 진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65세 이상 노인층의 의료이용 증가와 더불어 MRI, 인공와우 등 비보험항목의 보험적용, 암 등 고액 중증질환과 희귀질환의 본인부담율 경감확대, 미숙아 및 자연분만시 본인부담 면제 등 보험급여 범위 확대가 주요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국고가 연초에 조기 집행됨에 따라 연초 안정적이던 재정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라며 “올해부터는 매달 지속적으로 국고가 집행될 예정이므로 보다 안정적인 재정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적자액 2천억 이를 듯...신규재원 발굴 과제
그러나 올해 건보재정의 적자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지부 등에 따르면 보장성 강화 소요 재정 9,700억원을 비롯, 올해 급여비 총 지출액은 사상 처음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
국고지원금(3조9,410억원, 담배부담금 1조 712억원 포함), 보험료(약 18조원) 등을 다 합해도 수입이 지출에 비해 1~2천억원 가량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공단 관계자는 "연말 재정수지는 수지균형 내지 당기수지 1~2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누적수지는 1조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하반기부터 식대 등 급여확대분이 본격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보험재정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 더욱이 건보 재정 특별법이 2006년에 만료되는 한시법이어서 이후 국고지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전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재정에 대한 압박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08년까지 보장성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황.
경실련 정동영 간사는 “2006년 이후의 재정대책을 마련하지 않고는 보장성 강화대책은 오히려 건보재정을 더욱 부실하게 만들수도 있다”며 “보장성 향후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를 먼저 논의하고 나서 그 재정 한도 내에서 보장성 강화방안을 논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