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협상에서 약제비 선별등재제도(포지티브 리스트)를 관철시키는 것만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를 수용하는 대가로 미측이 요구하고 있는 독립적 이의신청기구 설치와 특허권 연장, 자료독점권 등을 보장하면 약제비 선별등재제도는 정책적 실효성이 없는 빈 껍데기 정책으로 전락한다는 것.
미국이 한국의 약제비 선별등재제도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미측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일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주최한 '약값정책, FTA 협상대상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같은 우려들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건강보험연구센터 이상이 소장은 "포지티브 리스트는 국내 제도이기 때문에 한미FTA협상의 쟁점이 될 수 없음에도 현재 쟁점이 되고 있다"면서 "이 제도를 미국이 수용하는 대가로 다른 제도를 내어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선별등재방식은 도입 자체보다는 운영을 통해 약값을 인하시키는 것인데, 한미FTA에서 지적재산권 조항 강화, 특허 연장, 이의신청 또는 제소 등을 받아들인다면 선별등재방식 도입에도 약제비는 오히려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것.
현애자 의원도 "의약품 선별등재방식을 도입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절대 성공한 약값개혁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면서 "특히 투자자 정부제소 제도가 허용되면, 다국적제약업체의 제소에 의해 국내 약값개혁정책이 근본적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우석균 한미FTA보건의료공동대책위 정책위원장은 "미국이 다른나라와의 FTA협상에서는 요구하지 않은 동일성분을 넘어 유사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까지 요구하는 안을 협정문 초안에 포함시켰다"면서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국내 제네릭은 사실상 퇴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만복 FTA협상단 의료분과장은 "미측의 협정문 초안에 포함된 것이 맞다"고 확인하면서 "다만 구체적인 의미나 내용까지는 분명치 않다"라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은 "선별등재 방식 제도를 시행할 경우 제약회사가 별도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고 "의약품 특허기간이 연장되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제3차 한미FTA협상에 앞서 제3국에서 의약품과 관련한 별도의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미FTA 협상의 최대 쟁점이 의약품분야에 형성된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공식적인 협상자리가 아닌 곳에서 별도의 사전조율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것. 이 자리에서 최근 약제비선별등재제도 등이 다뤄질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 전만복 FTA협상단 의료분과장은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2차 협상이후 미국과 약제비 선별등재제도 입법예고와 관련 입장을 주고 받았다"면서 "이르면 내일에 한미 양국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