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고난도 술기에 그림자 업무를 담당하는 수술간호사의 인력변화에 경영진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일 병원계에 따르면, 수술장 신규 간호사는 높은 노동강도로 근무지 전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한 반면 유경험자의 경우 신생병원이나 미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는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간호사 사이에서 수술장 업무는 모든 진료과의 수술업무에 투입돼 수술장비까지 숙지해야 하는 전문성을 요해 수 년에 걸친 장기간 근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일명 ‘붙박이 근무지’로 불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새내기 간호사의 경우, 힘든 육체적 노동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나 이를 극복한 고참들은 병동 및 중환자실과 달리 야간근무가 없고 수술장 근무를 국내외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파트타임 간호사들이 근무경력으로 개원병원에 이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또한 매년 수 명씩 수입이 많은 미국 병원 근무를 위해 사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한 고참간호사는 “수술업무는 의사를 보조하고 수 시간에서 수 십 시간을 서 있어야 하는 정신·육체적인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고 언급하고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무가 원칙이나 수술실의 특성상 수당과 관계없이 초과 근무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업무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병원계와 수술간호사회(회장 윤계숙)에 따르면, 병원에 근무중인 7만명의 간호사 중 수술장 인원은 3400(5%)명에 불과하며 이직률은 타 근무지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수술간호사회 양진기 총무(분당서울대병원)는 “학교에서 배운 과정은 수술실과 달라 교육내용을 숙달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게다가 직접 환자나 가족을 대면하지 못한채 매일 피(?)를 보는 어려움도 있다”며 수술장 간호사의 속사정을 토로했다.
일부병원, 의사-간호사 수직관계 탈피
이러한 상황은 삼성서울병원도 사정은 비슷해 100여명의 인원 중 매년 1~2명씩 미국 진출을 꿈꾸며 사직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며 신규 채용된 간호사 중 일부도 두 달간의 트레이닝에 따른 육체적 어려움으로 타 근무지를 요청해 수술장 운영의 어려움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간호사시험(Nclex-Rn) 입시기관인 금자탑학원측은 “학원생 중 절반 정도가 수술장이나 중환자실, 산부인과 등에 근무해 미국 진출시 고임금층에 속할 확률이 높다”며 “미주 후 의료기관서 근무하면 영주권도 나오므로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부 병원들은 수술실 간호사의 업무적 스트레스와 환경개선을 목표로 의사와 간호사간 수직관계 타파와 상호 존중 등 과거 의사의 권위를 탈피한 새로운 화합형 교육시스템을 시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백롱민 수술부장(성형외과)은 “원장 이하 경영진 모두가 수술실을 병원발전의 핵심분야로 중시해 과거 간호사에 대한 언어폭력이나 인격모독 등을 정신교육을 통해 해소시켰다”며 “신규직의 업무 양을 줄여 빠른 적응력을 키우는 교육시스템을 도입해 이직률을 감소시키고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수술장의 황제로 군림하던 의사의 상징성은 간호사와의 파트너십 관계로 수평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병원내 모든 업무도 ‘권위’보다 ‘합리’로 빠르게 바뀌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