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기형 유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시트레틴' 약물 복용자의 혈액이 국내 환자 3980명에게 수혈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수혈자 가운데는 가임기 여성도 360명이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보건당국의 혈액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최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헌혈이 금지된 '아시트레틴'을 투여 받은 환자에게서 채혈된 혈액이 3980명에게 수혈된 것이 확인됐다"고 5일 주장했다.
'아시트레틴'은 기형아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복용후 최소 3년간 헌혈이나 임신을 금지토록 규정하고 있는 물질. 대한적십자사 문진항목에서도 아시트레틴을 투입한 환자를 '채혈영구배제' 대상자로 분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2003년부터 올 7월말까지 아시트레틴 투약환자 1285명이 총 2679회 헌혈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들의 혈액이 3980명의 환자에게 수혈됐다는 것.
특히 신원이 확인된 2941명의 수혈자 가운데 43.5%(1278명)은 여성이었으며, 약물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가임기 여성도 12.2%(360명)이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현재 적십자사에서 실시하는 문진만으로는 이들 환자의 혈액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
대한적십자사가 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아시트레틴 투여 사실로 인해 채혈이 거부된 사례, 혹은 폐기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전 의원은 "현재 적십자사의 문진만으로는 이같은 혈액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심평원 등 관계기관과의 정보공유를 의무화해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혈액사고는 심평원을 통해 아시트레틴 투약환자의 DB를 통보받아 적십자사의 자료에 '헌혈유보군'으로 분류하는 시스템만 갖추었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며 "적십자사는 심평원과 즉시 업무협약을 체결, 부작용 약물 복용자에 대한 등록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의원은 "현행 혈액관리법에 수혈시 부작용 우려가 있는 약물 복용자에 대한 채혈금지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라며 "즉시 관련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