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새해특집] 임의비급여, 누구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최근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사태가 터지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부가 적정 진료환경을 외면한 채 생색내기식 보장성강화에만 골몰하면서 임의비급여가 해소되지 않고, 의료왜곡이 심화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기관과 환자가 상생하는 것은 요원한지 짚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보험기준에 맞추면 중증환자는 죽는다
<중>생색내기 보장성강화, 의료기관 삼중고
<하>의료 질 보장해야 병원도, 환자도 산다
임의비급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의료계는 이번 기회에 보험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불가피하게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약제나 치료재료에 대해서는 환자 전액부담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서울대병원 허대석(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정부는 진료현장에서 보험급여 여부를 흑백으로 판정해주길 바라지만 의료는 흑백논리가 아닌 확률”이라면서 “이런 점에서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은 급여로 인정하고, 어떤 것은 삭감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부분의 요양급여는 표준환자를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실제 환자는 기준보다 약을 더 많이 투여하거나 감량해야 하는데 이런 것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필수의료와 선택의료 분리 시급
그는 “환자의 개인차를 반영해 투약하면 보험기준을 위반한 게 되지만 의료행위는 공산품이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환자의 특수성과 개인차를 반영해야 맞춤치료가 가능한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규격화된 최소한의 진료를 요구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허 교수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감안한다면 어느 선까지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는 견해다.
허 교수는 “지금까지 의료비용에 대한 보장성만 생각했는데 신약과 신의료기술을 무한정 보장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필수적 의료에 대해서는 100% 보장하되, 선택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수혜자부담으로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보험제도가 결코 신의료기술의 발전을 따라올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모든 의료를 통제하려한다”면서 “이런 현실을 인정해야지 그렇지 않고 보험기준을 애매하게 해놓고 문제가 터지면 의료공급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이런 움직임에 소비자까지 가세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의료기술과 보험기준을 벗어난 의료행위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합의하지 않은 채 의료공급자를 공격해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파생되는 의료쇼핑 등의 낭비가 건강보험 재정절감액을 상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증질환 중심 보장성강화 수술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 보험제도 전반을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이종욱(혈액내과) 교수는 “정부는 건강보험재정을 줄이기 위해 진료를 규제하고 삭감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건강보험”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올해 건강보험료를 6.5% 인상한다고 하더라도 장기이식이나 백혈병 등 고액진료환자들에게 얼마나 혜택이 돌아갈지 의문”이라면서 “이는 재정 운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식대에 보험을 적용하다 철회했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비의료적 분야에 선심 쓰듯 급여를 인정하고 있어 중증환자들이 보험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종욱 교수 역시 임의비급여 문제로 인해 의료기관과 환자간 불신이 증폭되는 것을 가장 우려스러워했다.
그는 “환자와 의사간 신뢰가 붕괴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환자들은 의료기관을 믿지 못하고, 정부가 보험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지 않고 보험틀에 꿰어 맞추길 강요한다”며 “그러다보니 의사들은 병원 눈치도 봐야 하고, 환자들이 민원을 내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