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대형병원들이 앞다퉈 암센터를 건립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맞서서는 경쟁이 되지 않죠. 국립병원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사업을 찾아야 합니다"
김종순 한국원자력의학원 초대원장은 29일 국가방사선진료센터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원자력의학원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는 4월 5일부터 독립법인으로 전환하는 원자력의학원. 취임 3일째를 맞는 김종순 원장이지만 그는 이미 원자력의학원호의 선장으로써 의학원의 항해를 위한 방향타를 굳건히 잡고 있었다.
그는 암병원이라는 타이틀로는 의학원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운을 띄웠다.
김 원장은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대형병원들이 앞다퉈 암센터를 건립중에 있다"며 "원자력의학원이 암병원이라는 타이틀로 이들과 경쟁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또한 현재 국가기관인 국립암센터와 원자력의학원의 역할이 중복되고 있다"며 "국립암센터가 암질환 치료에 위치를 잡은 만큼 암치료에 대한 서로간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종순 원장은 의학원만의 특화된 사업을 시작해야할 시점이 왔다고 지적했다.
암병원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국립의료기관으로써 원자력의학원이 가야할 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방사선의학연구가 이 고민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단순히 암의 진단과 치료에만 국한된 암병원이 아닌 갑상선 질환 등 방사선이 필요한 질병을 연구, 이를 임상에 적용시킬 수 있는 연구형병원으로 거듭나겠다는 것.
김종순 원장은 "원자력의학원은 이제 암병원 1위를 지킨다는 방어적 전략에서 벗어나 방사선의학 연구진료기관이라는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암을 포함한 모든 의료분야에서 원자력의학원의 방사선의학연구가 필요하도록 선도적 위치를 지켜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과감한 모험을 시작했다. 총 500여 병상 중 1/5에 해당하는 100병상을 연구용 병상으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방사선의학연구를 강화하면 이로 인해 도출된 의학적 성과를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다"며 "이에 100병상 정도를 연구용 병상으로 배치시켜 이에 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총 병상의 1/5에 해당하는 병상을 연구용병상으로 구축하는 것은 병원의 수익성과 연관된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을 그도 있을 터. 이에 의학원 내외의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의 의지를 확고했다. 이미 그 길을 걸어간 세계적인 기관들이 있는데 의학원은 왜 못하냐는 것이 그의 반박이다.
김 원장은 "일본방사선 연구센터 등 이러한 시도를 통해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거듭난 기관이 많다"며 "이미 그들이 걸어간 길이 환히 나와있으니 우선을 이들을 쫓아가기만해도 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모험에 따른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때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나중에 난관이 닥쳐올 수 있다"며 "지금이 바로 의학원이 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