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대학병원이 점심시간을 이용, 8개 진료과 교수들이 한곳에 모여 환자의 치료방식을 결정하는 협진체계로 뇌종양 생존율을 크게 높여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뇌암클리닉'.
뇌암클리닉은 환자가 입원시 영상의학과, 혈액종양내과 등 총 8개 진료팀의 담당교수들이 모여 MRI등 영상자료를 분석하고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해 담당 진료팀으로 이송하는 협진체계를 구축해 운영중에 있다.
현재 대다수 병원들이 환자가 직접 해당 진료과로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다녀야 하고, 관련 진료과간 협진체계가 미약한 대부분의 대학병원과 달리 선진화된 협진체계라는 것이 병원계의 평가.
특히 이러한 협진체계를 바탕으로 불과 몇년전 14개월에 불과하던 교모세포종의 치료생존율을 2년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병원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뇌암클리닉을 이끌고 있는 신경외과 남도현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뇌암클리닉은 국내 병원중 최초로 관련 진료과 교수팀의 협진으로 이뤄지는 'One-stop 클리닉'을 운영중에 있다"며 "뇌종양으로 내원시 하루안에 각종 검사와 치료방법을 통보받을 수 있어 환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뇌암클리닉의 'One-stop'클리닉에 소속된 교수들은 점심시간이 없다. 아침에 환자가 내원해 영상의학과 및 핵의학과에서 PET-CT, MRI 등의 검사를 마치면 점심시간에 모든 교수들이 모여 이를 분석하며 치료방법을 논의하기 때문이다.
남도현 교수는 "뇌종양이 의심되는 환자가 입원하면 MRI검사 후 신경외과의 주도로 영상의학과, 혈액종양내과, 재활의학과 등 총 8개 진료팀이 점심시간에 뇌암클리닉으로 모인다"며 "도시락 등으로 점심을 해결하면서 환자에게 근치수술이 적합한지 항암요법을 시행할 것인지 혹은 감마나이프를 적용할 것인지 논의하고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술법이 정해지면 해당 진료과 교수가 환자를 맡아 치료를 진행한 후 예후를 보기 위해 또다시 교수들이 모여 논의를 시작한다"며 "이러한 방식을 지속해가며 환자 한명 한명에 적합한 치료법을 적용하고 이러한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또 다른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행위별 수가가 적용되는 급여체계안에서 한 환자를 8명의 교수가 동시에 치료하는 것은 자칫 병원의 재정에 큰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하나의 시술만이 급여적용을 받고 나머지 교수들은 시간만 뺏기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
하지만 이종철 원장을 비롯한 병원 보직자들의 지원으로 적자를 감수한 협진치료를 지속할 수 있었다.
삼성서울병원 이종철 원장은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병원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삼성서울병원의 설립목표였다"며 "비록 현행제도의 한계로 선진화된 협진체계의 수익성이 보전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앞서서 시도해봐야 할 일이기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도현 교수는 "협진체계의 효율성이 증명된 만큼 이를 논문 등을 통해 국내외 병원계에 알려갈 예정"이라며 "이러한 노력들이 지속되다보면 정부도 현 제도의 문제점을 깨닫고 개선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은 점심시간을 줄여가며 협진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효율적인 시간배분을 통한 체계화된 협진체계를 구축해 갈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교수진의 공동 진단 및 치료체계가 뇌종양 생존률 향상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이 결과가 병원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