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상가나 메디컬 빌딩을 넘어 백화점, 호텔, 대형할인점 등에도 병원이 문을 여는 사례들이 눈에 띄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개원형태라고 다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늘고 있는 이러한 개원형태들의 장단점을 살펴보았다.<편집자 주>
① 주상복합아파트 개원의 한계
② 백화점 개원의 가능성 엿보기 ③할인점 개원은 여전히 실험중
④ 소수를 위한 소수에 의한 호텔 개원
2005년 초 서울의 한 대형할인점내 개원한 김모 원장은 이제야 한숨을 돌린다.
개원 당시에는 초진환자가 하루 20명에 불과했다. 그는 주말도 없이 일하고, 환자에게 친절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한 결과, 현재는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었다.
"매달 적자만 1500여만원에 이르던 상황이었습니다. 할인점내 개원은 망하면 크게 망할 수 있다 싶었습니다."
할인점내 개원은 아직도 실험 중
대형할인점내 개원은 2~3년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모은 아이템이었다. 할인점을 방문하는 엄청난 고객에 대한 매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다솜의원과 같이 할인점내 개원에 집중하는 네트워크도 등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 할인점에 개원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그럭저럭 괜찮다'는 쪽과 '개원입지로 나쁘다'는 의견이다. 공통적인 것은 의사가 힘들다는 점이다.
롯데마트 구로점에 개원한 김영균 원장은 "수입만 치면 할인점내 개원이 전반적으로 중간이상은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주말과 가족을 거의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이마트에서 개원한 김모원장은 "병원 진료하면서 크게 엉뚱한 짓을 하거나 환자가 떨어질만한 요인이 없으면 환자가 크게 줄지는 않는다"면서 "안정화가 되면 할인점 개원이 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전 이마트에 개원한 김병언 원장은 "잘 모르고 들어온 것 같다"면서 "임대료도 높고 간판도 제대로 못달고 좋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할인점에서 개원했다 폐업하거나 이전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메디프렌드 정지영 팀장은 "쇼핑을 하는 할인점에서의 개원은 쉽지 않다"면서 "할인점과 좀 더 유기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 만하다"-"그렇지 않다" 찬반양론
대형할인점내 개원은 대체로 재진환자의 비율이 낮은 편이다.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할인점 인근에 주거지역이 있다면 재진환자의 비율은 조금 높아진다.
김영균 원장은 "재진환자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초진환자에 의지하는 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 지점의 경우 인근에 주거지역이 거의 없다.
이마트에 개원한 김모 원장도 "할인점 근처에 주거지역, 일반 주택가가 있는 동네가 더 낫다"면서 "오로지 차량으로만 와야하는 지역이라면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에 휴일 가산의 혜택이 있는 공휴일 환자가 많은 것은 장점이다.
김모 원장은 "75명 차등수가가 있더라도 할인점내 개원은 가산이 있기 때문에 훨씬 나은 편"이라면서 "대신에 휴일, 야간 근무에 따른 인력 문제 등 비용이 더해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일차등수가제가 시행된다면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재진환자 비율은 낮지만 야간·휴일 가산 혜택
대형할인점과 개원의간의 관계는 대체로 유기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입점형태로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대형할인점에서 병원에 별도의 큰 혜택을 주거나 하는 곳은 별로 없다.
한 개원의는 "할인점 안내원이 모르고 병원은 토요일 낮 2시까지 밖에 안한다고 고객들에게 말해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면서 "할인점에서 병원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고나 간판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제약이 많다.
진료시간의 경우 대형할인점들이 2~3년 전만 해도 일일이 관여했지만, 요즘은 상당히 자율성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 개원가와 같이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까지 문을 열고 일요일에는 닫는 곳도 있었다.
"대형할인점 안내원이 근무시간 잘못 알려줘"
대형할인점에 개원하려면 좋은 체력과 함께 적극적인 진료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모든 개원의들이 일이 힘들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롯데마트 김영균 원장은 "가족과의 시간, 휴일을 모두 포기한다"면서 "요즘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개원의는 "힘들고 지친다"면서 "주위에서 운영이 잘되고 있음에도 너무 힘들어서 이전한 사례도 들었다"고 전했다.
개인 역량이 중요하다. 대형할인점에 최초로 진출했다 폐업하거나 이전한 1세대 개원의를 자리를 채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의료컨설팅 관계자는 "활동적인 의사가 열심히 진료하면서 비급여를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수동적이거나 서비스마인드가 부족하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