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족들이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 로비에서 시신농성을 벌이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분쟁 중재기구를 설립하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병원과 유족이 직접 협상을 해야 하는 점을 악용, 전문 브로커가 개입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지난달 초 여중생 사망사건이 벌어지자 유족들이 병원 로비에서 시신농성을 벌이는 사태로 번졌다.
병원 관계자는 3일 “의료분쟁이 벌어지더라도 중립적인 중재기구가 없어 환자측과 병원이 직접 협상 당사자로 나서야 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그러다보니 좀 더 강하게 나가면 위자료를 더 받을 수 있다는 등의 황당한 루머가 돌고, 시신농성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일산 백병원도 얼마 전 유족들이 시신농성을 벌이면서 엄청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두 병원의 공통점은 유족들이 협상과 부검을 거부한 채 병원 로비에서 시신농성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시신농성 상황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번지자 일각에서는 전문 브로커들이 의료분쟁에 조직적으로 개입, 농성과 유족에게 유리한 여론 조성 등을 주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들 브로커들이 더 많은 합의금을 받게 해 준다고 유족들에게 접근해 병원과의 협상을 지연시키고, 극단적인 농성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산 백병원 관계자는 “진정 유족들의 뜻과 무관하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합의금을 더 받기 위해 농성을 부추겨 사태를 악화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시신을 담보로 보상을 요구하면 10억원도 받을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도는 게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 역시 “의료분쟁은 결국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 “시신농성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정부와 의료계, 시민단체 합의 아래 의료분쟁 중재기구를 설립하는 등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