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은 더 이상 노조에게 더 내놓을 게 없고, 특히 인사 및 경영권 참여 요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원칙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연세의료원 노조가 24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가 노사 양측에 제시한 권고안을 거부하면서 파업사태 장기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날 박창일 세브란스병원장은 연세의료원 노조가 중노위 권고안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박 병원장은 먼저 연세의료원 노조가 중노위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병원장은 “의료원은 중노위 사후조정 과정에서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다 제시했다”면서 “노조가 의료원의 최종안을 다 받아놓고 이제 와서 수용하지 않겠다고 해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병원장은 “노조가 장장 26시간동안 마라톤협상을 해서 내놓은 권고안을 이렇게 뒤집다니 안타깝다. 왜 이렇게 나오는지 대화를 나눠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의료원 노사는 22일 오후 4시부터 무려 26시간 동안 중노위의 중재 아래 끝짱협상에 들어간 바 있다.
박 병원장은 23일 중노위가 노사 양측에 권고안을 제시한 직후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 통화에서 장기 파업 사태가 종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는 “마라톤협상을 끝내고 기분 좋게 푹 잤는데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노조가 25일 3시까지 중노위에 공식 입장을 전달하면 그 결과를 보고 빠른 시일 안에 협상을 타결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창일 병원장은 노조의 인사, 경영권 참여 요구에 대해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노조가 간호등급 상향조정, 기준병상 확대 등의 인사, 경영권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통념상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왜 이런 것을 협상테이블에 올리려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그 외의 요구는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못 박았다.
박 병원장은 의료원이 노조 죽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박 병원장은 “노조에서 계속 그렇게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중노위 공익위원들도 26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권고안을 내놓은 것인데 그것을 뒤집어놓고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이는 의료원이 노조 죽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노조가 병원을 망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렵게 중노위 권고안까지 나왔으면 노조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노조가 환자들을 생각한다면 권고안을 뒤집을 순 없고, 내 가족이 암에 걸렸는데 이런 상황을 보면 얼마나 분통 터지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파업 장기화 우려에 대해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데 빨리 해결하고 환자 곁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파업기간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임단협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천명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모든 직원들이 의료원은 원칙을 지킨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노조도 이를 감수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노조원들이 하루 빨리 현업에 복귀해 주면 사태 악화를 막을 수 있다”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원칙을 저버리진 않겠다는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의료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게 박 병원장의 지적이다.
그는 “누가 감히 연세의료원의 공공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연세의료원은 연간 수십억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재활병원과 정신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 병원이 이렇게 하느냐. 어린이병원은 서울대병원과 우리가 유일하다”며 “건립 준비중인 암센터도 기준병상 비율을 60% 이상 되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조는 의료원에 이런 걸 요구할 게 아니라 이렇게 잘하는 병원을 지원하라고 정부와 시민단체에 요구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반면 그는 파업 장기화 우려가 높아가고 있지만 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도 언급했다.
“항상 하느님은 크게 되려는 사람에게 시련을 준다. 우리 병원이 잘 나갈 때 혹시 잘못한 것은 없는지, 내부 갈등은 없는지, 직원들을 챙겨주지 못했는지 뒤를 돌아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이것을 잘 극복하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박창일 병원장은 “앞으로 노조원들의 마음에 호소하고, 그들 중 대다수는 세브란스병원을 사랑하고 있으며, 업무에 복귀하고 싶어 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병원 직원들은 환자들이 쾌유하는 걸 가장 기쁘게 생각하는데 그들도 그것을 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