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세의료원이 노사협상의 원칙을 허물면 2년내 망한다. 병원을 잘 운영해도 적자인데 이렇게 되면 영원히 망하는 길이다.”
연세의료원 고위관계자는 30일 의료원이 파업 참가자에 대한 의료원(신촌 소재 사업장) 출입금지 조치를 단행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 박창일 세브란스병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10일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 연세의료원 노조가 세브란스병원 로비를 무단으로 점거 농성하면서 환자들의 안정가료와 진료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를 지속해 파업 참가자의 의료원 출입을 금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연세의료원은 기자회견 직후 노동부 등에 직장폐쇄 신고를 접수했으며, 파업 참가자의 의료원 출입금지 조치는 31일 오전 8시부터 발효된다. 의료기관의 직장폐쇄조치란 쟁의와 관련된 일체의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연세의료원은 왜 이처럼 초강경 대응책을 선택한 것일까.
연세의료원 고위관계자는 “의료원이 이번 파업 참가자의 병원 출입을 제한한 것은 환자의 고통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노조가 파업을 벌이더라도 평소의 50~60% 수준의 진료기능이라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노조의 요구조건을 다 들어주면 당장 내년에 적자 경영이 불가피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병원 문을 닫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정도로 굉장히 심각하다”며 “이번 조치는 의료원의 사용자의 작전이 절대 아니다”고 덧붙였다.
연세의료원은 지난해 23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노조는 임금인상과 단체협약 뿐만 아니라 1년 이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간호 2등급에서 1등급 상향조정, 기준병상 확대 등 3대 의료공공성 확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수용할 경우 400억~5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연세의료원은 교섭 대상을 임단협으로 제한하고, 파업기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겠다는 원칙을 수차례 천명했지만 노조가 계속 수용불가 입장을 천명하자 초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연세의료원은 임금인상과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반면 3대 의료공공성 확보 요구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인사 및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의료원은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양측에 제시한 권고안에 ‘간호등급 상향조정에 대해서는 노사가 추후 협의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는데 노조는 하나를 양보하면 하나를 더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9일 노사 교섭에서 노조가 무노동 무임금 철회를 요구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원 고위관계자는 “올해 원칙을 양보하면 2년 안에 망한다”면서 “병원 운영을 잘해도 적자가 날 판인데 이렇게 하면 영원히 망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로서는 사활을 걸었고, 노조가 저렇게 나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의료원이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배경에는 한국노총의 개입 여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한국노총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한국노총의 전조직을 동원해 연세의료원 노조의 파업을 엄호하겠다고 선언했다.
의료원 고위관계자는 “한국노총이 파업에 가담하려는 게 아니라면 노조가 이렇게 하겠느냐”면서 “우리 식구끼리 협상을 타결 지어야지 외부세력이 들어오면 대리전으로 전락하고 병원은 망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의료원이 직장폐쇄 조치를 취하자 노조 파업대책본부회의는 비상회의를 열어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노조는 법률 자문이 끝날 때까지 제3의 장소인 연세대 내 청송대에서 파업을 계속하며, 31일 추후 파업장소와 투쟁방향을 공지할 예정이어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