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의료인이 건강보험의 틀 밖에서 환자와 협의해 임의비급여를 하고, 그 비용을 수진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앞으로 성모병원 등의 임의비급여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0일 헌법재판소가 ‘건강보험요양급여행위 및 그 상대가치점수 고시 위헌확인’ 청구소송을 기각하면서 임의비급여를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의 의료수행 기본권을 불합리하게 과잉규제하는 것이라는 보충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향후 관련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소아과 전문의인 노건웅 원장을 대리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대외법률사무소 현두륜(사진)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조대현 재판관의 보충의견이 앞으로 관련소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변호사는 “비록 헌재 전원의견은 아니지만 환자가 임의비급여에 대해 동의했다면 의료기관이 그 비용을 징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면서 “이는 헌재가 처음으로 판시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헌재 조대현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임의비급여가 환자의 치료를 위해 필요해 수진자의 동의를 받아 시행한 경우 요양급여나 비급여 사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비용과 보수를 건강보험제도의 틀 밖에서 수진자에게 청구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의 의료수행 기본권을 불합리하게 과잉규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 재판관은 “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2조 제2항 후문은 의료인이 건강보험제도의 틀 밖에서 환자와 협의해 임의비급여를 시행하고 그 비용과 보수를 수진자에게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의료인은 건강보험제도의 틀 밖에서 환자와 협의해 임의비급여를 시행하고 그 비용과 보수를 수진자에게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검사항목과 햇수 등을 제한하는 게 특별히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 변호사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는 요양급여 기준을 초과한 경우 의학적으로 타당성이 있다 하더라도 임의비급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며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판례와 상반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토피 박사로 잘 알려진 노건웅 원장은 아토피 환자들에게 인터맥스감마ㆍ알파페론ㆍ이뮤펜틴ㆍ아이비글로블린에스 등의 면역조절 주사제를 처방했고, 복지부는 아토피 치료제로 고시되지 않은 주사제를 사용해 의료비를 임의비급여했다며 업무정지 1년, 9억여원 환수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러자 노 원장은 2005년 업무정지처분 및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복지부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현재 복지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한 상태다.
현 변호사는 “복지부가 항소한 이유도 기존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 행정법원이 이를 뒤집고 비급여진료비를 환수하고,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것을 부당하다고 한데 기인한다”며 “그래서 전략적으로 헌재 판단에 맡겨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보충의견은 별개의견이나 소수의견과는 다른 것”이라면서 “헌재에서 이런 입장이 나와 복지부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성모병원의 과징금 처분 역시 아토피사건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고, 헌재가 이런 언급까지 한 상황이어서 만약 소송까지 간다면 해볼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