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43개 종합전문요양기관들은 하나같이 급여 대상을 비급여로 청구하는 부도덕한 집단인가?
서울행정법원이 서울대병원의 ‘기준초과 투약 임의비급여’를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이 같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13일 서울대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환수처분 취소소송’ 선고에서 급여를 비급여로 전환해 환자에게 진료비를 받은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번 사건에서 심평원이 서울대병원으로부터 환급 조치한 금액은 5089만원. 이중 급여 대상 진료비를 임의로 비급여 처리한 항목이 3872만원으로 76%에 달한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에서 “급여 대상에 대해 임의비급여 대상으로 진료를 하고, 환자와 비급여하기로 합의해 진료비를 환자로부터 지급받는 행위를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이 시행한 시술이 의학적으로 적정했다는 것을 인정한 이상 병원은 요양급여로 처리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비급여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심평원과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급여 대상을 비급여로 청구한 게 아니라 심평원이 급여로 인정하지 않는 항목을 불가피하게 환자 전액부담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은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투여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경우 부득이하게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급여기준 초과시 심평원에 청구하면 삭감되고, 그렇다고 해당 비용을 환자에게 받을 수 없도록 앞문과 뒷문을 모두 막는 게 오히려 부당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된다면 의료기관들은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심평원이 최근 고경화(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환자가 민원을 제기해 전국의 43개 종합전문요양기관이 환급해준 진료비가 81억원이다.
이중 급여를 비급여로 임의 처리해 환급한 액수가 42억원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 종합전문요양기관 중 이 항목으로부터 자유로운 병원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대로 한다면 전국의 모든 대학병원과 대형병원 가운데 남 부끄럽지 않은 의료기관이 한 곳도 없다는 뜻이 된다.
이에 대해 병원협회 관계자는 “급여대상을 급여로 처리하면 되는데 모든 의료기관들이 임의비급여를 해 왔다면 제도적 모순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면서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도 환자에게 진료비를 되돌려줘야 하고, 부도덕하다는 지탄까지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급여범위를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의학적 임의비급여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준을 초과할 때에는 환자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