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회 회장 등 의료계 유력인사들이 의료계에 대한 왜곡된 인식들에 대해 불만을 털어놨다.
이들은 현재 의료분쟁 및 소송의 상당수는 국민과 의료인간의 상호 불신과 오해에서 비롯된다면서,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왜곡하는 '입증책임 전환'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협 주수회 회장, 병협 정효석 법제이사, 중소병원협의회 정의화 회장 등은 2일 정형근 의원실 주최로 열린 의료사고법안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먼저 주 회장은 "(입증책임 전환에) 찬성하는 측의 논거는 의료기록에 대한 정보공개가 불분명하고, 부실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면서 "이는 불신에서 비롯된 잘못된 논거"라고 지적했다.
현재 의료법상에는 진료기록을 정확히 기재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으며, 환자 요구시 그 기록의 열람 및 사본제공을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
주 회장은 "전제가 잘못된 상태에서 오직 입증책임 전환만이 대안인 것처럼 말하는 데 대해 깊은 분노를 느낀다"면서 "무엇보다 환자와 국민간의 신뢰가 대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 회장은 "옳지 않은 전제를 가지고 입증책임을 의료인에게 전환한다면 (의료인들의 방어진료를 양산해) 다수의 국민들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면서, 입증책임 전환을 골자로한 법안제정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소병협 정의화 회장도 뜻을 같이 했다. 의료인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전제로한 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정 회장은 "대부분의 의료인들이 최선을 다해 의료행위를 하고 있으며, 레지던트들의 경우 하루에 2~3시간씩 자면서 진료기록 등의 업무를 다 하고 있다"면서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은 "국민과 의료인이 서로 믿어주지 않는다면 어떤 제도나 법도 제 효력을 낼 수 없다"면서 "상호간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병원협회 정효성 법제이사는 법안의 내용들이 의료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정 이사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이라는 제명부터 이미 객관성을 잃고 있다"면서 "법의 취지가 '의료분쟁시 피해자들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자'는데 있다지만 내용은 이를 한참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법의 내용 및 쟁점사항들이 당초의 법 취지에 합당하지 않은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
정 이사는 "의료분쟁을 조속히 해결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데는 동의한다"면서 "그런데 이 논의 가운데 왜 갑자기 입증책임 전환이야기가 나오고, 그것이 핵심쟁점이 되고 있는지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정제도란, 제3자가 양측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양보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면서 "분쟁의 신속, 공정한 해결을 목적으로 한 법이라면, 입증책임 전환 등은 논외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