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병용금기 및 연령금기 목록은 식약청 허가사항과 외국문헌을 토대로 조정한 문헌적 목록으로 실제 진료현장에서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국인의 약물부작용 데이터에 근거한 '한국형 약물사용평가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복지사회포럼이 12일 국회 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 병용금기 등 의약품 안전사용을 위한 정책방향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발제자인 양기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형 DUR 체계에 대한 제언'이란 주제발표 자료를 통해 "근거가 취약한 고시를 토대로 약제비 환수, 금기처방 사실 본인통보, 금기목록 처방 의사와 조제 약사에 대한 처벌 등을 규정하는 의무화방안의 추진은 불합리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복지부는 금기처방의 발생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금기의약품을 처방하는 의사나, 이를 받아 조제하는 약사를 처벌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양 연구위원은 발제문을 통해 "최근 연구에서 인종차이에 의한 약물유전학적 특성 때문에 약물상호작용의 빈도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이를 고려치 않은 금기처방 고시를 의무화할 것이 아니라, 한국인 특성에 맞는 약물사용평가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연구위원은 또 "의약품 허가사항 가운데 상호 병용금기 사항이 명확하지 않은 품목들이 있어 이를 근거로 한 고시는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 문제를 제기해 지난 2004년 8월 병용금기(21개) 및 연령금기(1개)에 대해 고시 삭제약속을 받아냈지만 아직도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양 연구위원은 금기의약품 처방금지 의무화와 관련, "고시 이후 처방이 이뤄진 사례에 대한 심층평가가 이루어진 바가 없어 고시의 정확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며, 한국인의 유전학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
병용금기 의약품 사용금지 의무화와 관련 "약물상호작용에 의한 부작용이 보고된 경우라도 환자의 임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부작용의 위험성보다는 기대 치료효과가 큰 경우 병용금기처방을 써야 할 것"이라며 "법으로 이를 규제하게 되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령금기 의약품 사용금지에 대해서도 "소아과 영역에서는 교과서적 차원으로까지 인정되고 있는 금기의약품이 많은데, 소아과 환자를 대상으로 오랫동안 사용돼와 그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정보가 축적되었기 때문"이라며 "식약청의 의약품 허가사항에 의존해 연령금기 고시를 제정한 것이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국 등 선진국에선 허가사항에 기재돼 있지 않은 질환 및 환자에게 사용하는 소위 ‘off-label use’를 허용하고 있고, 이에 대한 법적 제제를 의사에게 가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양 연구위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