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과 제약사의 관계를 불법 리베이트로 규정한 공정위 발표에 의료계와 업체 모두가 강한 우려감을 표명했다. 특히 공정위의 이번 발표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존엄성과 기업의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한 불합리한 처사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1일 의료계와 제약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제약사와 병의원에 대한 검찰 고발은 양측을 부도덕 집단으로 단정 짓는 흑백논리로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계의 중요성을 망각한 잘못된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제약사의 병의원과 학회지원을 상세히 나열한 공정위 발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의료계는 답답한 심정이다.
의사협회 임동권 대변인은 “의사를 비도덕 집단으로 몰고 있는 공정위 발표는 불신에 근거한 구조적 문제”라고 언급하고 “과도한 리베이트는 당연한 비판받아야 하나 제약사의 지원이 의학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며 합법적 지원에 따른 의학발전의 성과를 강조했다.
임동권 대변인은 “의사들에 대한 지원은 로비스트의 불법성 논란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으로 의료계 발전을 위한 기부금 제도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의사를 죽여 무슨 이득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말해 검찰 고발조치에 따른 정부의 신중한 자세를 주문했다.
병원협회도 “시장경쟁 원리에 입각해 제약사간 공정경쟁을 유도한다면 리베이트가 오고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고시가에 따른 실거래가상환제가 제약사와 의료기관간 잘못된 관행으로 변질됐음을 직시해 검찰도 이 제도를 도입한 부처의 담당자를 추궁해야 한다”며 공정한 경쟁체제를 무너뜨린 약가제도에 일침을 가했다.
학회 지원이 명시된 공정위 발표를 접한 김건상 의학회장은 “메이저 학회들과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 요로를 통해 의학회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며 “검찰조사로 이어질 이번 사태가 ‘빈대’가 우선인지 ‘초가삼간’이 우선인지 정부의 신중한 판단과 더불어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의학계로 확대될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분위기이다.
과징금과 검찰고발이라는 핵폭탄을 맞은 제약계는 한숨과 함께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제약계 “전방위 압박에 사면초가”
200억원의 과징금이 부여된 제약사들은 “공정위의 시정조치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의약품 판매를 위한 업체의 모든 판촉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부분은 국내 제약업 전체를 위축시키는 꼴”이라며 단순논리에 입각한 정부 발표를 비판했다.
고발조치를 당한 한 제약사측은 “이번 공정위 발표로 앞으로 영업활동이 투명해지고 합법적으로 변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만, 제네릭 중심의 국내 업체의 영업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약계의 매서운 겨울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면서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는 “공정위가 매출액 순위로 조사대상을 정하고 고발조치했다고 하나 실질적으로 검찰에 고발된 5개사나 앞으로 조사될 7개사 모두 이에 부합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불법거래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달리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의료기관과 의사를 제외시킨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제약사로 한정된 고발조치에 불만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이어 “GDP의 1.46%에 불과한 제약시장을 전체 산업계의 부도덕 표본인 것처럼 매도한 것은 국내 제약업의 의욕을 잃게 만든 처사”라며 “지난해 생동성 파문에 이어 약가인하와 공정위 발표 등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제약업계는 추후 검찰조사로 영업마비가 예상되는 사면초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보건의료계의 뿌리 깊은 관행을 근절시키겠다는 공정위의 강력한 조치가 국민건강의 근간인 제약사와 의사 모두를 말 못할 죄인으로 만드는 ‘마녀사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