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 심의과정에서 입증책임을 분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민사회 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의료사고피해구제법제정을 위한 시민연대는 19일 성명서를 통해 "국회 복지위가 법안소위가 의료계의 눈치보기로 얼룩져가고 있다"면서 "입증책임 전환규정을 무력화시키는 분배, 완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앞서 16일 열린 법안소위 회의에서 한나라당측 의원들은 내부 논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심의를 거부한 채 퇴장했으며, 민주신당측 의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법안의 심의를 진행해 일부 쟁점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이날 민주신당측은 입증책임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분배하도록 하는 한편, 한시적 필요적 조정전치 주의를 도입하고, 법안의 제명을 '보건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로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시민연대는 "민주신당의원들이 이날 논의한 내용은 의료계가 강력히 요구해오던 것들이었고, 이를 모두 수용함으로써 스스로가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헤아리지 못하고, 특정이익집단의 편을 드는 무능한 여당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주장했다.
또 입증책임 분배, 완화안 등 민주신당이 이날 합의한 법조문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먼저 입증책임 완화와 관련 시민연대는 "의료행위 중 발생하는 의료사고는 그 자체로 과실과 무과실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고 이를 계량화하는 것은 현실적을 불가능하다"면서 "사실상 동 조항은 입증책임을 다시 환자에게 고스란히 지우는 결과를 초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시적 필요적 조정전치주의에 대해서도 "의료계를 대상으로 하는 법안 개정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알면서도 우선 법을 통과시키고 보자는 편의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 밖에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제명과 관련해서도 "이 제도는 당사자들에 대한 단순히 분쟁을 조정하거나 해소한다는 대등한 입장에서의 접근보다 절대적 약자를 구제하는 입장이어야 한다"면서 "따라서 피해구제를 위한 법 또는 피해구제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