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인의료비 급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양병원에 대해 일당정액수가제를 시행키로 한데 이어 일부 요양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인상하는 행정절차를 밟아가자 요양병원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 7월부터 노인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지만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요양병원들은 내부 경쟁과 함께 요양시설과도 힘겨운 환자 유치전을 펴야할 상황으로 치달고 있어 ‘레드오션’으로 급속 전환될 조짐이다.
보건복지부가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단순 신체기능저하군에 대한 본인부담액을 2009년부터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20%에서 40%로 인상키로 한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의료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늘어나고 있으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간 합리적인 역할 분담을 위해서는 이들 단순 신체기능저하군의 본인부담을 인상해야 한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요양병원에 대해 입원일당 정액수가제를 시행키로 하면서 신체기능저하군의 1일 입원료를 일당 평균 수가인 3만9000원 보다 크게 낮은 2만5000원으로 책정한 상태다.
여기에다 복지부가 본인부담까지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자 노인요양병원계가 발끈하고 있다.
대한노인병원협의회(회장 박인수)는 최근 복지부에 제출한 건의서를 통해 “신체기능저하군을 입원치료하는 요양병원에 대해 충분한 불이익을 준 상황에서 본인부담률까지 인상해 환자들이 요양시설이나 재가서비스를 이용토록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어 노인병원협의회는 “현행 건강보험 입원환자의 본인부담률이 20%로 정률화돼 있는데 신체기능저하군에 대해서만 40%로 높이면 환자 보호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우며 이는 사회적 보장체계를 무너뜨리고, 커다란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본인부담 이상보다 급한 불은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연기다.
노인병원협의회는 내년 하반기부터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요양병원에 대한 간병비 지원을 2009년 이후로 연기할 움직임을 보이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노인병원협의회는 “복지부가 요양병원에 대한 간병비 지급을 2009년 이후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장기요양보험 시행과 동시에 지원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요양보호 대상 6만5천명 중 적극적 의료서비스와 재활이 필요한 환자가 5만5천명으로서 이들은 동반된 신체기능 저하로 인해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떨어져 간병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인병원협의회는 요양병원 입원환자 보호자들이 간병비를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는데 지원을 보류한다면 요양보험비를 납부하고도 요양시설과 차별화된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요양병원계는 간병비 지원이 늦춰져 환자 보호자들이 비용 전액을 부담할 경우 의료적 서비스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요양병원보다 요양시설을 선호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요양시설이나 재가서비스로 옮겨가면 환자의 삶의 질이 저하되고,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요양병원의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요양병원 입원일당 정액수가제를 시행키로 한 상태에서 환자 본인부담금을 인상하고, 간병비 지원까지 연기하면 상당수 요양환자들이 요양시설을 선호하게 돼 출혈경쟁과 줄도산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참요양병원 김선태 원장도 최근 대한노인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오던 노인요양병원은 일당정액수가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면 레드오션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요양병원을 둘러싼 건강보험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지만 요양병원이 9월말 현재 533개에 달할 정도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 역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향후 2~3년간 요양병원계가 피 말리는 생존경쟁을 겪어야 할 것이란 예측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