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는 보건복지부가 식약청 허가범위를 초과한 약제라 하더라도 의학적 근거가 있을 경우 비급여 투여를 인정키로 하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앞으로 심평원에서 이들 비급여 약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앞으로 임의비급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식약청 허가범위를 초과한 약제를 투여할 때에는 병원윤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사용하고, 10일 이내에 약제 사용내역을 심평원에 통보해 사후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병원계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사립대병원장협의회 박창일(세브란스병원장) 회장은 12일 “이 정도면 임의비급여 문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립대병원장협의회는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태 직후부터 복지부와 임의비급여 해소 방안을 협의해 왔다.
서울대병원 신희영(소아 혈액종양) 교수는 “복지부가 임의비급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내놓은 것은 전향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그간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의료전문가들이 약제의 의학적 타당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심평원에 적극 제시하고, 심평원이 이를 존중해 나가면 임의비급여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원협회도 병원 선투여, 심평원 후승인제도 도입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병협은 11일 복지부의 임의비급여 제도 개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비급여 약제의 조제료 및 재료관리비 인정을 요구했지만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병협은 "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요양급여기준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행정적 시간 등이 소요된다"면서 "의료기관과 환자간 사적 계약을 인정하지 않아 임의비급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심평원이 병원에서 사용한 허가범위 초과 약제에 대해 계속 사용여부를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평원이 급여, 비급여, 불인정 여부를 결정할 때 의학적 타당성보다 건강보험 재정적 측면을 우선 고려해 불인정 결정을 남발할 경우 제2의 임의비급여 사태가 촉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모병원은 이번 대책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성모병원 모교수는 “적어도 대학병원은 약을 오남용하거나 부당한 치료를 하지 않기 때문에 믿음을 줘야 한다”면서 “적어도 1년 가량 병원의 치료를 지켜본 후 심평원이 평가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학병원이 프로토콜을 개발해 치료에 적용할 때에는 1년 이상 한시적으로 인정한 후 결과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복지부는 앞으로 임의비급여 개선책을 제도화하기 위해 요양급여기준규칙 등 관련법령 개정 작업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 중 시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