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 홈페이지(www.kma.org)와 의사인터넷커뮤니티 메디게이트(www.medigate.net)에서 연일 요양기관당연지정제 폐지 논쟁으로 뜨겁다.
이는 의협이 내년 수가 인상 2.65% 거부와 투쟁을 선언하면서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의협은 이와 관련, 17일부터 요양기관강제지정 거부를 포함한 현행 건강보험제도 거부투쟁에 대한 회원들의 찬반 의견을 묻고 있는 중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투쟁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논쟁의 상황을 보면 당연지정제폐지에 대해 막연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었을 때 그것이 의료계에 특히 개원가에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전망이 쉽지 않다.
또한 당연지정제 폐지의 목소리에는 공단과 심평원으로 체화된 현실에 대한 불만과 상대적으로 구체적일 수 있는 ‘수가계약 자유’와 관념적인 ‘자유’가 뒤섞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수호 전 의협 공보이사는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에서 NHS제도와 같이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의 주체가 국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다름 아닌 ‘요양기관당연강제지정제’라는 악법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제지정제 폐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선택권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다”며 “의료기관과 마찬가지로 국민도 건강보험에 가입할 선택권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제지정제 철폐는 사회주의 의료제도의 원천봉쇄이다”며 “의료계는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강제지정제 철폐’ 한가지만 주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인제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김진현 교수는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해 “현실성이 없으며 또한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가능성도 매우 낮다”며 “만일 폐지된다해도 의료계는 붕괴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 교수는 “당연지정제에 있어 대만의 사례를 보면 건보공단과 개별 의료기관이 진료계약을 맺는 방식인데 과도한 진료비 청구나 허위, 부당청구가 있을 경우에는 해당 의료기관과 계약을 취소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해당 의료기관은 도덕적 비난과 환자 수 감소로 더 이상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당연지정제가 폐지된다면 곧 바로 이 같은 현상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며 “의료계가 당연지정제 폐지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단일보험자와 다수 의료기관간의 관계에서는 당연히 단일보험자가 우위에 서게 된다”며 “당연지정제 폐지로 이득을 보게될 의료기관은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운영하는 극소수의 3차병원, 비보험환자가 대부분인 성형외과, 치과 등 일부 진료과목 뿐이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0년 갤럽코리아가 의사들을 대상으로 요양기관당연지정제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요양기관계약제가 도입되면 ‘자격을 유지 한다’는 응답이 42.8%, ‘탈퇴 한다’가 39.7%로 유지한다는 응답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또한 요양기관계약제 도입시 선호하는 환자의 유형은 ▲ 보험환자와 일반환자 모두 진료 86.4% ▲ 보험환자만 진료 2.5% ▲ 일반환자만 진료 11.0% 등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들의 입장에서도 요양기관당연지정제 폐지가 몰고 올 결과를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