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삼성암센터가 2일 문을 열었다. 설립 추진 과정에서부터 인력과 시설 등에서 수많은 화제를 뿌렸던 삼성암센터. 아직도 삼성암센터를 둘러싼 관심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암센터 개원을 맞아 특징을 살펴보고 논란의 양면을 집중조명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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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화려한 호텔급 시설, 비전과 오해 (하)선진 협진시스템 성공할 것인가
삼성암센터는 호텔급 시설과 첨단 기기외에도 차별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국내 최초로 진료과별 협진시스템이 도입되며 1주일내에 암환자의 진단부터 치료까지 끝낼 수 있는 원스톱 진료시스템도 적용된다.
삼성암센터는 이러한 시도들이 암센터의 장기성장에 큰 발판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삼성암센터의 시도는 바람직하지만 현재 수가제도와 의료환경속에서는 일장춘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협진시스템을 위한 준비 '탄탄'
삼성암센터 심영목 센터장은 "암을 치료하기 위해 좋은 기기와 시설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의료진의 능력과 그 능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진료시스템"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러한 삼성암센터의 의지는 여러가지 면에서 엿볼 수 있다.
우선 변화되는 시스템을 빠르게 적용하기 위해 펠로우급 의료진을 대거 영입, 메이요대학병원, 존스홉킨스 등으로 해외연수를 보냈다.
선진화된 시스템을 몸소 겪으며 삼성암센터가 가야할 방향을 고민해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투입된 비용만도 천문학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로 인해 삼성암센터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우선 인력대이동을 걱정했던 병원계의 우려와는 달리 삼성암센터 개원에 필요한 인력을 대부분 자체 조달할 수 있었으며 팀별 협진시스템 등 삼성암센터가 추진중인 진료시스템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조치는 스타급 의료진에 의존하지 않고 팀플레이를 통해 최고의 효과를 이끌어 내겠다는 삼성암센터의 방침과 일치한다.
삼성암센터 관계자는 "국내 대형병원들을 비롯, 세계의 유명 병원들은 이미 시설면에서는 다들 대동소이하다"며 "앞으로는 효율적인 진료시스템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센터 오픈을 앞두고 7개월 동안 신입직원들에 대한 합숙훈련을 실시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팀 플레이를 위한 기반을 만든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암센터 오픈을 앞두고 현재 채용이 확정된 간호직, 의료기사, 행정직 등 총 1340명의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이 교육은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총 26회의 3주합숙과 1주간의 집합교육으로 구성돼 팀별 단합과 조화를 이끄는데 중점을 두었다.
의료진은 의료진대로, 그를 돕는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팀별 협진시스템 구축을 위한 벽돌을 착착 쌓아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1주일내에 협진시스템 안정화 시키겠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암센터는 2일 개원과 동시에 진료과별 협진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쌓아온 팀워크라면 1주일내에 이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는 것이 삼성암센터의 자신감이다.
삼성암센터 심영목 센터장은 "삼성암센터 설립이 결정된 후 개원까지 협진시스템과 원스톱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개원은 그 시작을 알리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암센터의 협진시스템은 현재 폐암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협진컨퍼런스'가 그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삼성서울병원 폐암센터는 매일 오후 11시부터 12시까지 관련 진료과 의사들이 모두 모여 그날 내원한 환자에 대한 협진컨퍼런스를 실시하고 환자의 치료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물론 이를 처음 기획하고 실시한 것도 바로 심영목 전 흉부외과장이다. 심 센터장은 폐암센터의 경험을 살려 암센터에도 이같은 협진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심영목 센터장은 "삼성암센터 내 모든 센터가 이같은 협진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또한 주 1회 정도는 별도 진료시간대를 마련해 전체적인 협진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넘어야할 과제··팀내 조화, 행위별 수가제
하지만 삼성암센터가 팀별 진료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다는 의견도 많다.
그간 일부 병원에서 팀별 진료시스템을 구성하려 시도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좌절됐기 때문.
특히 스타 의사들이 즐비한 삼성의료원내에서 과연 그들이 서로 양보하며 협조하는 팀 플레이가 가능하겠냐는 부정적인 의견들도 많다.
A병원 원장은 "같은 과내에서도 선후배사이가 아니라면 의견 마찰이 생기는 것이 다반사"라며 "하물며 타 과 의료진과 치료방식을 결정해야 한다면 의견이 모아지는 것이 더 신기한 사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행위별 수가제에 따른 경제적 한계를 우려하는 의견도 많다.
결국 8명의 의료진이 모여서 협진을 한다면 1명의 의료비를 8명이 나눠가져야 하는데 그것이 과연 국내 의료환경에서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물론 삼성암센터도 이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다. 하지만 장기적인 방향을 생각한다면 지금, 누군가는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한다는 주장이다.
심영목 센터장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물론 알고 있다"며 "하지만 보다 나은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언젠가는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더이상 늦출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바람직한 진료시스템을 구축하고 그에 대한 효과가 검증된다면 정부도, 환자들도 삼성암센터의 이러한 시도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해외환자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삼성암센터의 견해다.
심 센터장은 "합리적인 진료시스템으로 암 치료에 효과를 거두게 된다면 해외환자들도 삼성암센터에 눈길을 돌리게 되지 않겠느냐"며 "누군가보다 앞서가고자 한다면 가시밭길도 걸어야 하는 법"이라고 못 박았다.
국내에서 이례적으로 진료과별 협진시스템을 구축한 삼성암센터.
과연 삼성암센터가 여러 악조건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바람직한 팀별 진료제의 표본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또한 그 성공이 병원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