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의료기관들이 고질적인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진료시간을 연장하고 있지만 실제 환자 수의 증가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원 2곳당 1곳은 개원자금으로 조달한 은행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펴낸 '2006년 일차 의료기관 경영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개원의들의 평균 주당 진료시간은 2005년 51시간보다 5.5시간 길어진 56.5시간으로 조사됐다. 일반근로자가 주 5일 40시간을 일하는 데 비해 개원의는 주6일 진료에 평균 16.5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그러나 진료시간을 주당 5.5시간 더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수는 일평균 3.2명 증가에 그친 것으로 조사돼 '비용-효과' 측면에서 긍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평균 63.6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는데, 이는 의사 1인이 1일 75명인 '차등수가제 적용기준'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또한 많은 의원들이 부채로 인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원을 위해 소요되는 초기 투자금액이 평균 3억8700여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부채를 진 의원이 전체의 46%에 달했다. 의원당 평균 부채금액은 3억2626만원이었고, 부채에 따른 이자비용이 월 평균 231만원씩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원 매출액이 개원초기에는 높았지만, 개원연한이 길어질수록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득세비용 차감전 순이익도 개원연한이 길어질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거의 모든 진료과목에서 순손실을 기록한 의원도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의원 경영이 극도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의원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의원 매출액이 매년 증가해야 하는데 매출액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비용을 줄이는 경영전략을 선택한다면, 해당 의원은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 함께 전체 응답자의 94.8%가 진료비 삭감 경험이 있다고 답해 청구된 진료비에 대한 무차별적 삭감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개원의 스스로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은 아직도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의원 경영난 타개를 위한 자구책으로는 건강기능식품 판매(44.3%), 대체의학 시술(26.2%), 비만 클리닉 운영(13.9%), 타과진료(28.7%) 등의 방법을 채택하고 있었다.
야간 및 심야, 공휴일 진료에 대한 희망 가산율도 지난해보다 높게 나타났다. 야간진료(18시~22시)에 대해서는 평균 43.5%, 공휴일진료에 대해서는 59.7%, 심야진료에 대해서는 75.9%를 각각 가산해주길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의원 운영실태에 대해 80%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하고 97.3%가 “현재의 경영난이 앞으로도 계속되거나 현재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답해, 개원의들이 1차 의료기관인 의원의 미래에 대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의료기관이 활성화되기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응답자의 73.5%가 현재의 수가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 외에 의료전달체계(9.8%), 의사수급정책(6.9%), 진료비 청구 및 심사제도 개선(5.6%) 등을 제안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임금자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도입과 함께 오랫동안 지속된 의료분야의 규제정책과 저수가정책이 의원의 경영난을 초래했고 의사들로부터 진료의욕을 앗아갔다"면서 "현재 개원의가 경영난에 처한 것은 개원의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우리나라 의료제도 및 법률, 정부 정책이 먼저 변경돼야 개선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높은 진료비 삭감률과 관련해서는 "의사가 환자 진료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진료비 심사에 대한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며 "정당한 진료서비스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기를 거부하고 규제가 극심한 분야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