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중 무과실을 입증하지 못한 병원에 의료사고의 책임을 물은 최근 부산지법 판결을 계기로,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의료사고법안'의 처리여부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료사고법제정을 위한 시민연대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부산지법의 판결대로 의료사고의 원인규명은 환자가 아닌 의료기관이 해야 한다"고 주장,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번 판결은 현행 '원고입증주의'에서는 환자가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한 결과로, 해당 의료인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입증책임의 주체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
이들은 "매년 수많은 의료사고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의료사고 발생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없는 법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의료사고시민연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2월 임시국회에서 '입증책임 전환'을 골자로 하는 의료사고법안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연대는 "국회는 법안소위에서 통과되었던대로, 입증책임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이번이 20년 국민의 염원을 풀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현재의 진료현실에서 의사가 무과실을 입증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발했다.
의협 관계자는 "입증책임의 전환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이는 의료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방어진료와 중증환자 기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보듯 재판부에서 이미 개개의 사안에 따라 입증책임을 분배해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안의 특성을 무시한채 입증책임의 완전한 전환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
의료계 관계자는 "입증책임의 전환은 의사들에게, 의료업을 접으라는 말과 같다"면서 "이미 국회에서 여론을 수렴해 입증책임의 분배로 가닥을 잡은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