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약사가 20년이 경과한 제네릭 판권을 인수해 중소 제약사를 공략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7일 제약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이 혈액순환제인 ‘사미온’의 제네릭인 ‘이부네인’의 마케팅 판권계약을 지난달 일양약품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미온’(성분명 리세르골린)은 일동제약이 1980년대 화이자로부터 라이센스를 계약한 품목으로 치매와 말초순환장애 적응증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판매되어온 신약이다.
일양약품의 ‘이부네인’은 1989년경 ‘사미온’ 제네릭으로 허가받았으나 은행엽 제제의 강세로 생산조차 안되어 지난해 보험코드가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양약품측은 “은행엽제제의 비급여화로 많은 업체들이 이부네인정에 관심을 보였고 이중 대웅과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계약액수는 정확히 모르나 제조는 일양이 맡고 마케팅은 대웅이 담당하는 식이 된 것으로 안다”며 ‘이부네인’ 판권 양도사실을 전했다.
대웅측은 이미 ‘이부네인’을 지난 1일 약가 209원으로 출시해 조만간 오리지널인 ‘사미온’의 가격이 현 308원에서 246원으로 20%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제약은 올해 들어 MSD 골다공증치료제 거대품목인 '포사맥스 플러스‘와 공동 마케팅에 이어 고혈압치료제 ’올메텍‘의 원 업체인 다이이찌산쿄와 공동 프로모션을 합의하는 등 매출 극대화를 위한 외자사와의 합종연횡을 지속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웅의 제네릭 출시는 국내사간 출혈을 부추기는 소모전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프리 마케팅 차원에서 대웅이 지난달부터 의료기관에 배포한 ‘이부네인’ 홍보 팜플렛에 ‘사미온’의 임상연구를 그대로 인용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일동제약 관계자는 “저가약을 제네릭으로 출시한 것은 대형 영업력으로 저투망식 싹쓸이를 하겠다는 의도”라면서 “게다가 사미온 임상결과를 팜플렛에 옮겨 배포한 부분은 상도덕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대웅측의 비신사적 처사를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웅측은 “팜플렛 내용은 성분명을 토대로 임상결과를 인용하는 업계간 관행으로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며 “국내 임상이 있으면 인용하는 것이 문제일 수 있으나 사미온의 외국 논문만을 게재했다”고 반박했다.
은행엽제제인 ‘타나칸’의 비급여화에 대비한 대웅제약의 히든카드로 준비한 ‘이부네인’ 출시는 적과 동지가 없는 국내사간 생존경쟁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씁쓸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한편, 7일 심평원에서 열린 진료심사평가위원회는 SK와 유유가 제기한 은행엽제제의 '어지럼증'과 '이명' 등의 급여범위 확대와 관련 임상근거 불충분을 이유로 재논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