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 '다빈치'의 표준술기를 두고 연세의료원과 고대의료원의 자존심 대결이 가속화되고 있다.
고대의료원이 지난 17일 김선한 교수의 수술법이 로봇수술 표준술기로 인정됐다고 발표하자 연세의료원이 18일 즉각 이를 반박하고 나선데 이어 고대가 다시 이를 반박하는 자료를 준비하고 발표시기를 조율하고 있어 로봇수술 '연-고'전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대 "사실만을 기술한 것" vs 연세 "호도하지 마라"
고대의료원 관계자는 20일 "현재 일부 언론사 등의 요청으로 세브란스병원의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자료를 작성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자칫 감정싸움 등으로 비춰질 수 있어 발표를 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전했다.
세브란스병원측도 "이번 사태에 대한 고대의료원의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사실관계는 정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고 고대의료원을 압박했다.
로봇수술 '연-고'전은 고대의료원이 다빈치의 개발·공급업체인 인튜이티브가 김선한 교수의 수술법을 직장암 로봇수술 표준화작업의 기준으로 삼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고대의료원은 지난 17일 인튜이티브사가 김선한 교수의 수술법을 직장암 로봇수술법의 표준으로 결정됐으며 이에 이 수술법이 곧 편집 과정을 거쳐 4, 5월경 교육용 CD와 책자로 제작 배포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국내 로봇수술계의 선두주자라는 자긍심을 자랑하던 연세의료원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
인투이브사가 이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해 백승현 교수의 수술법을 견학했으며 영동세브란스 병원 박윤아 교수의 수술법도 녹화할 예정인데 고대의료원이 마치 김선한 교수의 수술법만을 보기 위해 방한한 것처럼 호도했다는 것이다.
또한 연세의료원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직장암 로봇수술에 대한 논문은 백승혁 교수의 논문이 유일하다"며 "어떻게 일개 의료기 회사에 등재된 것을 마치 세계최초의 대장·직장암 로봇수술 교육자료인 것 처럼 발표할 수 있느냐"고 강하게 반박했었다.
그러면서 연세의료원은 즉각 로봇수술 최단기간 1천례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연세의료원이 한국 로봇수술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고대의료원도 화가났다. 인튜이티브사가 김선한 교수의 수술법을 녹화하고 이를 CD로 제작해 배포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인데 마치 허위로 보도자료를 작성한 것처럼 몰아가느냐는 것이다.
또한 현재 복강경 등 타 수술법에 의존하지 않고 직장암의 전 과정을 '다빈치'로 수술하는 의사는 김선한 교수가 유일하다는 것이 고대의료원의 설명이다.
이에 고대의료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작성한 상황이지만 자칫 감정싸움으로 비화될까 발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우정-김선한 교수 "빨리 오해 풀리길 바란다"
이렇듯 연세의료원과 고대의료원은 각자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며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막상 양 기관의 로봇수술센터장들은 이같은 양상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국내 로봇수술이 급성장을 거듭하며 세계의 주류로 꽃피워 지고 있는 지금 이같은 감정싸움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세의료원 이우정 로봇센터장은 "김선한 교수의 로봇수술이 정상급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비판하기 보다는 힘을 합쳐 로봇수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동반자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대의료원 김선한 로봇센터장도 "이우정 센터장과도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이상하게 상황이 꼬여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여러가지 오해가 생겼지만 빨리 이를 풀어내고 서로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으며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세브란스병원의 로봇수술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며 "국내 로봇수술의 발전을 위해 각자 맡은 곳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교수들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연세의료원과 고대의료원 양측 모두 각자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로봇수술 표준술기를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