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의사 국시에 합격하고 2월말부터 인턴 과정에 들어간 새내기 의사들. 숨 돌릴 틈조차 없을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이들은 의사에 대해, 환자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고 있을까.
서울대병원 인턴대표인 송현범 씨. 전날 8시경부터 소아응급실에서 24시간 동안 근무를 한 후 22일 아침 기자와 만났다.
그는 인턴 생활이 어떠냐고 묻자 “주치의 손발이 되는 게 업무의 대부분이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내과에서 근무할 때보다 응급실이 힘든 건 사실이다.
그는 “내과에 있을 때는 주치의 선배들과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응급실은 꼭 그 시간에 환자들이 몰려온다”면서 “어떨 때는 하루 한 끼도 못 먹을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럴 때 환자 보호자들이 음료수라도 건네주면 고맙기 그지없다”면서 “환자 입장에서 보면 새내기 의사라서 별로 해 준 것도 없고, 어찌 보면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건데 너무 감사해 하는 것 같아 고맙고 보람도 느낀다”고 피력했다.
늘 이런 환자만 있는 건 아니다.
막무가내로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거나, 버럭 화를 내고, 제대로 못하냐고 구박하는 환자도 더러 있다. 그럴 때면 차마 화를 낼 순 없고 조용히 당직실로 들어가 풀고 나온다고 한다.
중증환자들이 많은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을 하다 보니 가슴이 아플 때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는 “옆에서 지켜보면 치료가 잘 안되거나 점점 상태가 나빠지는 환자들이 많지만 인턴으로서 환자에게 소독해주는 것 외에 별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돌보던 환자가 사망해 안타까울 때도 많다”고 고백했다.
그가 의사로서 간직하고 싶은 초심은 무엇일까.
그는 “환자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라도 따뜻하게 대해주면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자세를 유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직 초보 의사이긴 하지만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묻어났다.
송현범 인턴은 “솔직히 학생 때는 환자 보기가 두려웠고, 걱정도 많았는데 수련하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보람을 느낀다”며 “교과서만큼 쉬운 환자는 없는 것 같고, 그런 점에서 교수들이나 주치의 선배들을 보면 대단해 보이고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영남대병원 고영진 인턴장. 그는 인턴 생활 첫 날 중환자실에 불려갔던 때를 잊지 않고 있다.
할머니 한 분이 의식이 없었는데 머리에 욕창이 생겨 소독을 하기 위해 붙어있던 반창고를 떼어내니 머리카락이 한 움큼이나 같이 뽑혔다고 한다.
그가 “아이고, 할머니 머리카락 다 뽑히겠네”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간호사가 “쌤, 지금 그 마음 1년 뒤에도 유지하세요. 그럼 훌륭한 의사가 될 거예요”라며 웃었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누구나 마음속에 측은지심이 있지만 의사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아픈 사람들만 보고, 죽음을 너무 많이 접하다 보니 감정이 무뎌지는 것 같다”면서 “어쩌면 이 시대의 명의란 전문 의학 지식과 실력 뿐만 아니라 측은지심을 끝까지 잊지 않는 의사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모든 인턴은 훌륭한 의사를 꿈꾸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우리들의 성장 과정을 즐겁게, 조금은 느긋하게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