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확고하게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면서 의-정 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당연지정제에 대한 정부 입장'을 내어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를 확고히 유지하겠다"고 못을 박고 나섰다.
김성이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 및 관계부처간 논의가 이뤄졌다"며 "모든 국민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당연지정제는 지킨다는 원칙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같은 선택은 새정부가 의료산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를 내건 영화 <식코> 열풍이 확산되는 등 당연지정제 완화 반대 여론이 예상보다 거세자 정치적 부담을 안은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 복지부 한 관계자는 "애초 인수위에서도 중요한 사안으로 검토되지 않은 문제였지만 논란이 크게 일면서 정치적으로도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협에 대해 사전에 당연지정제를 확고하게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겠다며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정부의 입장 발표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장은 "인수위에서도 거론된 얘기다. (정부 입장을)우리는 절대로 납득할 수 없다"며 '당연지정제 완화 논의조차 거부하면서 당연지정제 유지는 선이고 완화나 다른 대안을 논의하는 것은 악으로 선을 그어버린다면 역대 정부와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회장은 "정부가 당연지정제 완화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면 의료계에서 새정부에 대해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에 따라 정부의 진위를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각계의 의견을 들어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어서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