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폐경여성들은 미국국립보건원의 여성건강촉진(WHI) 보고서 이후에도 호르몬 요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과거보다 유방암에 대한 우려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의대 김미란(산부인과학교실) 교수는 11일 대한폐경학회(회장 서울의대 김정구 교수) 제29차 춘계학술대회에서 ‘WHI 이후 호르몬 치료에 대한 한국 폐경여성의 인식도 변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2002년 WHI 연구 보고 이후 한국 일반 폐경 여성들의 호르몬 요법에 대한 반응도를 알아보기 위해 2007년 11월 폐경 여성 5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설문조사 결과 폐경후 골다공증이 증가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79%, 심혈관 질환이 증가한다고 생각한 여성이 52%로 WHI 이전 각각 92%, 72%를 차지했던 것보다 오히려 인식도가 낮아졌다.
반면 호르몬 요법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6%였고, 24%는 반반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4%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답변해 WHI 연구 이전과 차이가 없었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호르몬 치료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부작용 우려가 25%, 암 발생 두려움이 19%를 차지했다.
여성 호르몬 요법은 폐경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왔지만 2002년 미국국립보건원이 여성 호르몬 요법은 심장발작, 뇌졸중, 유방암, 혈전 발생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WHI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임상의 뿐만 아니라 폐경 여성들의 혼란을 야기해 왔다.
그러자 세계폐경학회는 2007년 초 WHI 보고서를 반박하는 새로운 호르몬 요법 지침서를 내놓았고, 대한폐경학회 역시 60세 이전에 여성 호르몬을 사용하면 유방암이나 심장마비 위험이 줄어든다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은 10%였으며, 과거에 시행한 경험이 있다는 여성은 28%로 집계됐다.
치료 경험자는 산부인과(70%), 내과(16%)에서 주로 받았으며 호르몬 복용후 안면홍조, 심계항진 등 증상의 개선 효과가 매우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르몬 복용후 부작용으로는 체중증가(30%), 유방통(15%), 위장장애(13%) 등이었으며 치료를 중단한 이유로는 암 발생 두려움이 44%로 가장 많았고, 유방통이 12%, 병원에 다니는 불편이 12%였다.
김 교수는 “호르몬 복용시 걱정되는 점은 유방암이 49%, 막연한 암 걱정이 44%로 과거보다 유방암에 대한 걱정이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폐경 여성들은 WHI 이후에도 폐경 증상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며 골다공증,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증가된다는 인식이 되어 있다”면서 “실제 호르몬 치료후 경험한 부작용은 미미하지만 호르몬 치료로 암 발생 특히 유방암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폐경학회는 이날 춘계학술대회에서 △호르몬 치료와 비뇨부인과적 문제, 피임 △폐경 여성의 건강에 대한 대규모 연구 분석에서 얻는 교훈 △호르몬 치료의 최신 동향 △골다공증 치료의 최신 동향 △폐경과 유방암 △폐경 여성의 건강 관리 등을 주제로 다뤘다.
특히 이날 고신의대 김흥열 교수는 ‘아·태폐경학회(APMF) consensus-동양 여성을 위한 호르몬 치료 가이드라인’을 소개했으며, 대한폐경학회는 5월 세계폐경학회 보고 이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