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새 병원 개원을 앞둔 서울시립 보라매병원(병원장 정희원)이 의료공공성이 취약하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보라매병원을 위탁운영중인 서울대병원 역시 과거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을 발족, 이런 비판을 잠재운 바 있어 엇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라매병원은 오는 6월 새병원 개원에 앞서 ‘최상의 의료를 모든 시민에게’라는 새로운 비전을 알리는 첫 사업으로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을 공식 출범하고, 본격적인 의료봉사활동에 들어간다고 14일 밝혔다.
보라매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은 지금까지 시행하던 순회의료봉사와 시민건강교실, 찾아가는 건강강좌 등의 각종사업을 더욱 확대, 강화해 보건과 의료․복지를 통합한 공공의료기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방침이다.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의 주요사업은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체계적인 환자 검진기록 DB 구축 및 추적검사를 통한 당뇨관리사업을 포함해 치매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숲속의 건강진단, 저소득환자 무료 간병사업, 불우환자돕기 바자회 등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순회의료봉사도 확대해 초음파, 심전도검사, X-레이 등 각종 최신 의료장비를 갖춘 서울대병원의 첨단버스와 함께 이동하며 전담 의료진을 지원한다.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은 오는 16일 동작구, 관악구와 협약식을 갖고 공공의료사업을 확산시켜 나갈 예정이다.
정희원 보라매병원장은 “공공보건의료사업단 발족은 6월 새병원 개원과 함께 실질적인 서울시 산하 첫 공공의료체계 달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누구나 최상의 의료를 받을 권리가 있는 만큼 공공병원의 소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라매병원은 내달 500병상 규모의 새병원을 개원하면 총 900병상 규모의 대형병원으로 거듭하게 된다.
보라매병원이 새병원 개원에 앞서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을 발족하고, 의료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민주노동당 이수정 서울시의원은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서 보라매병원이 공공성 저하, 상급병실 확대, 본인부담금 가중 등 공공병원으로서의 기능보다 몸집불리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들도 보라매병원이 최소한의 의료공공성 책임마저 방기하고 있다며 선택진료제 폐지, 기준병상 확대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행려환자나 저소득층환자 진료 등 공공의료를 소홀히 한 게 아니지만 잘못 알려진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이런 이미지를 쇄신하고 체계적인 공공보건의료사업을 펴기 위해 사업단을 발족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도 비슷한 시련을 겪었다.
서울대병원은 2005년 복지부가 국립대병원 감독권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이관하고, 국가중앙의료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가시화한데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진료 외에 공공보건의료 발전에 기여한 게 뭐냐고 질타가 쏟아지면서 국가중앙병원이라는 위상이 흔들렸다.
그러자 2006년 10월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을 발족하고 매주 외국인근로자 무료진료, 농어촌 순회진료, 어린이 무료건강검진, 해외의료봉사과 함께 완화의료센터 설립, 지역의료기관과의 연계 강화, 남북한 의학교류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위상을 재정립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