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도입된 필수유지업무제를 두고 병원 노사간의 힘겨루기가 심상치 않다.
개별 병원 노사가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노사간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필수유지업무제도란 병원 등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파업이 일어날 경우 노동위원회에서 강제로 중재하는 직권중재제도가 폐지되면서 올해부터 도입되는 제도이다.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서비스를 중단해서는 안되는 필수유지업무를 미리 노사가 협정을 맺어, 파업시에도 최소한의 안전성을 보장하자는 취지이다.
병원사업 필수유지 업무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의료 업무 △중환자 치료·분만(신생아 간호 포함)·수술·투석 업무 △위의 업무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마취, 진단검사(영상검사 포함), 응급약제, 치료식, 환자급식, 산소공급, 비상발전 및 냉난방이 포함됐는데, 구체적인 필수유지업무의 범위와 유지비율은 노사가 협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
문제는 병원의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하냐는 것이다. 노조측에서는 통상적인 업무까지 필수유지업무로 확대해석하면 파업권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측은 필슈유지업무를 가급적 확대해 파업의 위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 양측의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병원 사용자측은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를 상당히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병원협회가 연구용역으로 내놓은 안을 보면, 중환자의 범위를 △혈액암, 소아암환자, △법정전염병 환자 △중증(신장, 알레르기,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내분비, 류마티스, 신경, 뇌경색, 비뇨기, 부인과) 질환자 △2기 이상의 암환자 △폐쇄병동 수용의 정신질환자 △수술 전후의 환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중환자실뿐 아니라 일반 병동 환자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실제로 동아대의료원의 경우 필수유지업무와 관련 부산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는데, 사용자측은 노조 조합원 780명보다 많은 977명을 필수유지업무인원으로 신청했다. 이같은 안이 받아들여진다면 노조의 파업권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때문에 노조측은 필수유지업무는 파업이라는 단기간에 해당되는 제도이며 공익을 위한 배려인만큼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야간, 당직근무에 투입되는 인원이나 기존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노조가 자율적으로 배치한 필수유지 부서와 인력 등을 기준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환자의 범위 역시 중환자실로 한정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노사가 필수유지업무협정을 맺는 방식 역시 논란이다. 병원 사용자측은 개별 병원별로 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산별교섭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노조가 한발 물러나 개별 병원별로 협정을 맺기로 했는데, 병원간 사정이 유사한 만큼 기준을 두고 병원간의 눈치보기도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노사가 의견 조율이 되지 않을 경우 지방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이 부분 역시 논란거리다.
노조는 병원 내부 사정을 모르는 지방노동위원회가 필수유지업무를 정하는 것에 반발하면서 특히 친기업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사용자측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지 주목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공익과 파업권의 조화를 위해 필수유지업무 협정 체결을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사용자측과 노동위원회, 노동부도 합리적인 대응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보건의료사용자협의회 소속 100여개 병원은 노조에 공문을 보내 필수유지업무협정 논의를 시작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노사 협상이 임박했다는 의미이다. 올해 새롭게 도입된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병원 파업뿐 아니라 병원 노사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