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의사, 간호 등급이 1등급인 질 높은 요양병원의 환자들이 요양시설 등으로 대거 빠져나가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 병원의 경우 환자 이탈률이 많게는 20%를 웃돌 정도로 심각한데다 진료비 할인경쟁까지 빚어지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경북의 대표적 요양병원인 A병원은 이달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A노인병원 이사장은 8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 전체 환자의 20% 이상이 요양시설 등으로 이탈했다”면서 “하루에 10여명이 퇴원할 정도로 점점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경증환자들이 요양시설로 간다면 모르겠지만 문제는 중증환자들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런 현상은 A노인병원만이 아니다.
340여병상을 갖춘 경기도의 H요양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8일만에 노인환자 50여명이 요양시설로 전원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A노인병원 이사장은 “입원 진료비를 제대로 받고 있는 병원은 환자들이 급속도로 이탈하는 반면 본인부담금을 할인하거나 아예 받지 않는 병원은 전혀 타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병원은 의사, 간호 등급이 모두 1등급이다. 이에 따라 이 병원은 입원료가 10%, 40%씩 각각 가산되기 때문에 환자의 입원료 본인부담도 자연히 증가하게 된다.
반면 의사나 간호 등급이 낮을수록 등급이 높은 병원에 비해 환자의 본인부담도 줄어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의사, 간호인력 1등급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본인부담금이 40여만원에 불과한 요양시설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요양병원계의 분석이다.
반면 의사가 고작 1명에 불과하거나 간호 등급이 낮은 일부 요양병원들은 요양시설과 비슷할 정도의 본인부담금을 받거나 아예 면제하는 방법까지 동원해가며 환자들을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노인병원협회 관계자는 “적정한 인력을 갖춘 질 높은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보호자 중에는 왜 다른 병원보다 본인부담금을 더 받느냐고 항의하는 일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간호 1등급 병원 중에는 환자 본인부담금을 낮추기 위해 간호사를 줄여서라도 2등급이나 3등급으로 가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노인환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차원에서 의료 인력을 많이 확보했는데 요즘에는 자괴감마저 든다”고 하소연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중증환자들이 진료비 부담 때문에 요양시설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