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개원의 이모 원장이 공단을 상대로 원외처방약제비 반환 민사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회장 이의석)가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했다고 해서 약값을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대한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는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냈다.
이개협은 의견서를 통해 “이번 재판은 이 원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비인후과 전체 의사들의 문제인 동시에 전체 의료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모 원장은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해 원외처방전을 발행했다며 공단이 처방료 삭감과 함께 해당 약제비 1300여만원을 환수하자 지난 2월 요양급여비용 지급 민사소송을 낸 바 있다.
서울대병원 역시 지난해 7월 진료비 41억원 반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개협은 “진료비 심사는 의학적 근거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진료비 지출 억제를 위해 지나치게 경도됐고, 이로 인해 자의적이고 비의학적인 심사를 한 결과 의사의 진료권이나 처방권이 부당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이개협은 “식약청 허가사항은 의사들이 약을 처방할 때 참고사항 정도에 해당될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면서 “세계 어디에도 이런 이유만으로 과잉처방이라고 판단, 약을 처방한 의사로부터 환수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공단이 이 원장의 원외처방약제비를 환수한 대표적인 사유 중 하나는 급성 비염으로 인한 콧물, 코막힘, 후각소실증 환자에게 알레그라정을 처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개협은 “알레그라정에 대한 식약청의 허가사항에 코 인두염이나 후각소실증이 기재돼 있지 않기 때문에 급성 코 인두염으로 코 막힘이나 후각소실증이 있는 환자에게 알레그라정을 처방해서는 안 된다는 공단의 주장은 전혀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진료비를 삭감하기 위한 심사위주의 발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개협은 “만약 이 원장이 진료기록부상 진단명에 ‘급성 비염’ 대신 ‘알레르기성 비염’을 기재했다면 삭감이나 약제비 환수를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 원장은 개원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의사여서 이런 편법을 알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이개협은 이 원장이 3개월 만에 1300만원의 약제비가 삭감되자 혹시 문제 있는 의사가 아닌가라는 의심을 가졌고, 진료기록을 검토하는 한편 삭감 이유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결코 과잉진료라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재판부에 설명했다.
이개협은 “아마 자신이 없었다면 시골의 젊은 의사에 불과한 이 원장이 이런 엄청난 소송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이개협도 의견서를 제출하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중간에서 소송을 만류했을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이와 함께 이개협은 “심평원 일부 심사위원들이 이 원장의 처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지만 이개협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도 진료기록부에 기재된 내용만을 근거로 했다는 점에서 객관성과 정확성도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개협은 △이 원장이 개업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참의사로서 진료비 청구 및 심사 실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점 △전자차트를 사용하다보니 진료기록부 기재가 전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점 △심평원이 획일적인 기준으로 무리하게 심사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개협은 “협의회 상임이사들은 의견서를 작성하면서 우리나라 의료현실에 대해 다시한번 걱정하는 계기가 됐고, 그동안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부끄러워했다”면서 “이 원장의 용기와 신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개협은 “의사들은 환자들의 마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진료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이해해 달라”면서 “이 원장도 그런 마음으로 진료를 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