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가 내달부터 의학적 임의비급여 약제에 대해서는 의료기관들이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대학병원들이 심평원 승인을 받기 위해 신청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항생제나 요양급여기준 초과분의 경우 임의비급여 양성화 대상이 아니어서 벌써부터 신청할 게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S대학병원은 최근 각 임상과에 임의비급여 합법화 대상 약제와 의학적 근거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S대학병원의 모 교수는 23일 “우리 과에서 현재 사용중인 임의비급여 약제와 관련 근거를 담은 논문 자료를 제출했다”면서 “8월초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심평원에 비급여 사용 승인을 요청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대학병원 역시 S대학병원과 마찬가지로 임상과별로 의학적 임의비급여 사용 약제와 SCI급 논문을 제출받고 있는 상태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심평원으로부터 비급여 사용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병원 IRB를 통과하는 게 우선이어서 8월초 위원회가 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11일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 규칙’ 개정안과 ‘허가 또는 신고 범위 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 승인 기준 및 절차’ 제정안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들은 내달부터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라 하더라도 복지부가 정한 절차에 따라 의학적 근거를 입증하면 비급여 처방을 할 수 있다.
다만 의료기관이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를 비급여 처방하기 위해서는 병원내 IRB 심사를 거쳐야 하며, 이후 심평원에 해당 약제의 비급여 사용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또 의료기관은 심평원의 승인 이전에도 IRB를 통과한 비급여 약제를 처방할 수 있지만 만약 심평원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심의 직후부터 사용할 수 없다.
이처럼 보건복지가족부가 성모병원 사태를 계기로 의학적 임의비급여를 양성화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병원 관계자는 “정부의 임의비급여 양성화조치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실효성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가 임의비급여 합법화 대상에서 항암제나 급여기준초과 분을 신청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승인 신청할 약제가 별로 없다”면서 “정부 조치는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임의비급여 대부분이 급여기준 초과 사항과 항암제”라면서 “급여기준 초과분은 SCI급 논문에서도 다루지 않는 것이어서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심평원에 인정 신청할 게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도 “임의비급여 양성화 대상은 허가 또는 신호범위 초과분으로 한정한다”면서 “항암제의 경우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구제 대상이 아니며, 급여기준 초과분 역시 심평원 승인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급여기준 초과로 인한 임의비급여에 대해서는 현재 추가적으로 양성화 방안을 검토중”이라면서 “식약청과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이 병원 IRB와 심평원에 비급여 인정 신청을 할 때에는 ‘허가 또는 신고 범위 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 승인 기준 및 절차’ 부칙도 감안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범위를 벗어나 약제를 처방ㆍ투여하기 위해 비급여 사용 신청을 하려면 8월 1일 이후 진료한 환자에게 해당 약제를 처음 처방·투여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다시 말해 7월 31일 이전 환자에게 적용한 임의비급여 약제는 양성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