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원 대신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아기를 낳는 산모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이는 고령출산 증가라는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낮은 수가와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상당수 산부인과 의원들이 분만을 포기하면서 '분만가능한' 의원 수가 급격히 줄어든 때문이다.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요양기관종별 분만건수' 자료에 따르면 전체 분만건수 가운데 의원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03년 전체 분만건수의 50% 이상을 소화해냈던 의원급이 점유율이 2006년 48.6%로 줄어든데 이어, 2007년에는 46.9%로 더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 것.
반면 병원급이 전체 분만건수 중 병원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병원급 분만율은 2003년 26.2%에서 2006년 32.7%로 증가한데 이어 2007년에는 그 비율이 3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는 35세 이상 고령산모의 증가와 다태(쌍둥이 이상) 분만의 증가 등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에 따르면 고령산모와 다태분만이 해마다 늘어나, 2007년에는 전체 분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14.6%, 1.6%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아기 낳을 의원이 없다"…분만가능 의원 4년새 32% 감소
이와 더불어 분만가능한 의원 수가 급격히 줄어든 점도, 의원급 분만비율이 줄어든 요인이 됐다.
산부인과 의원들이 낮은 수가와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분만을 꺼려하면서 산부인과 의원이면서도 사실상 분만을 받지 않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
실제 2003년에는 분만가능한 산부인과가 전국에 1000여개에 달했으나, 2007년 현재 675개소로 32%나 줄어들었다.
2007년 상반기 심평원에 등록된 산부인과 의원 수가 1782개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과 의원의 62%가 분만을 받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심평원 관계자는 "전체적인 분만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나, 분만가능한 기관들의 수는 감소하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분만을 하는 기관의 분만 건수는 늘고, 하지 않는 기관은 실적이 전무한 '분만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