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의 과다청구 행태가 여전하다'"는 국회의 지적이 나오면서 '의료기관=부도덕 집단'이라는 해묵은 논쟁이 재현될 조짐이다.
의료계는 정부와 국회, 언론의 한탕주의가 국민과 병원간의 신뢰를 깨뜨리고 있다면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미경 의원은 6일 보도자료를 내어 2005년 15억원, 2006년 25억원, 2007년 152억원이었던 과다본인부담금 환급액이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벌써 58억원을 넘겼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2007년의 특이한 경우(성모병원 사태)를 예외로 하면 2006년도 1년치의 두배에 달하는 금액이 올해 상반기 6개월만에 과다청구되고 환급됐다"면서 "이는 의료기관들의 진료비 과다청구행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만제로 여파로 환급민원 급증…환급액 증가에 직접 영향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있었던 특수한 상황은 그대로 간과됐다. '불만제로' 방송이 의료계를 강타하면서 진료비 환급요구가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연말 불만제로 방송이후 진료비 환급민원이 폭증하면서 상반기에만 총 1만2천여건이 처리됐다. 이는 여의도성모병원 사태가 있었던 2007년 한해 심평원에서 처리된 환불건과 유사한 수준.
특히 방송이 있었던 지난 연말과 올해 초 접수물량은 대부분 상반기에 처리됐고, 그 비용은 모두 보도자료에 인용된 '2008년 상반기 환급액'에 그대로 반영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불만제로 방송이후 처리건수가 급격히 늘어나 12~1월 두달간 무려 9천건의 민원이 접수됐다"면서 "이 같은 추세가 몇달간 이어지면서 상반기에만 총 1만2천건, 지난 한해와 유사한 수준의 민원이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환불건수 등 여타지표는 고려하지 않은채 단순 금액비교로 통계를 산출,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환불건수의 증가, 진료비 규모 및 기관수의 증가 등 주변환경의 변화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단순히 2006년과 금액을 비교했을때 크게 늘어났으니 과다청구도 많아진 것 아니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인기에 영합한 한탕주의…의료기관에만 책임전가 부당"
또 논란이 매년 재현되고 있는데도 불구, 뚜렷한 개선책 없이 모든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병원계 관계자는 "과다청구 논란은 국회만 열리면 나오는 단골메뉴"라면서 "매번 터뜨리는 사람만 있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과다청구의 대표적인 예로 삼은 임의비급여는 실제로 지출된 비용임에도 복지부 고시나 심평원의 심사기준에 저촉되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 뿐"이라면서 "이를 의료기관의 도덕성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의사와 환자사이에 불신만 조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기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에 앞장서야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임의비급여 해소를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으나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면서 "의사가 의학적 소신을 가지고 진료를 하고 또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 국회, 의료계가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