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호흡기감염증 심사지침 제정이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설령, 지침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현재 심평원이 마련한 안에다 의료계의 의견을 대폭 반영하는 작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침을 고시하는 보건복지부가 심사지침 마련은 의료계와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소비자단체도 의료현실이 반영되어야 한다면서 심평원의 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21일 대한의사협회 추최로 열린 '급성호흡기감염증의 임상진료지침'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 임종규 보험급여과장은 "심사원칙이든 지침이든 그와 관련해 복지부는 아무것도 결정한 바 없다. 심평원과 의료계가 합의를 잘해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 원한다"며 심평원의 지침 시행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를 일축했다.
임 과장은 '복지부가 감기 심사지침을 밀고나가기로 했다'는 한 의사의 발언에 대해 "그런 얘기를 어디서 들었느냐. 떠돌아다니는 소문을 공청회에서 공식화할 수 있느냐"라며 "확인도 하지 않고 떠들어서 왜 전체 의료계가 오해하도록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심평원으로부터 얘기를 듣고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결정하라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지만 복지부가 이를 시행키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광모 회장은 "심평원이 사람을 공산품으로 생각하는 것이 유감이다. 감기가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인데 어떻게 규격을 맞춰서 하느냐"며 "이것은 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문제"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정 회장은 "의약분업 이후 여러 보건의료정책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정치논리가 앞섰기 때문"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박효길 보험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공청회에서 장동익 내과개원의협의회장은 '급성호흡기감염증 심사원칙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이란 주제발표에서“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심평원이 질환별로 심사원칙을 만드는 일은 국민건강을 위해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이같은 목적에서 제정된 심사원칙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보험위원회 권오주 위원은 '진료가이드라인'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진료비 삭감에 초점을 맞추어 성급하고, 어설픈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면, 이는 곧 우리나라 의료의 황폐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의사의 소신진료를 보장할 수 있는 적극적 형태의 진료지침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소아과, 내과, 가정의학과 개원의협의회 소속 회원 300여명이 참석, 뜨거운 관심속에 진행됐지만 우려했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