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성감별 고지 금지규정이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으면서 의료법 개정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성감별 허용시기'.
의료계에서는 시대의 변화로 입법취지가 희석된데다,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면서 해당 규정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시민사회단체는 헌재의 취지를 수용하되 낙태의 증가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금지규정을 제한적으로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복지위)는 10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합리적인 태아성감별 방안 마련'을 주제로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가톨릭의대 신종철(산부인과) 교수는 "태아성감별 금지법은 성비가 인구학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될 정도로 불균형해지면서 제정된 한시적인 법"이라고 강조하면서 "성비의 불균형이 거의 정상에 가까워진 만큼 해당규정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 교수는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촛점은 불법적인 인공임신 중절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태아성감별의 허용시기를 논하기 보다는 낙태에 대해 더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이와 더불어 의료계 자체에서 철저한 의료윤리교육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 장석일 총무이사 또한 태아성감별 금지규정의 삭제를 촉구했다.
그는 "남아선호사상이 상당히 불식됐고, 태아생명보호에 대한 사회인식도 달라진 상황이어서 금지규정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그 시기를 불문하고 태아성감별 및 고지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삭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전면적인 허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낙태반대운동연합 김현철 부회장은 "과거 출산때까지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없었던 시절, 행복이 추구되지 않았거나 신생아 용품의 준비로 곤란을 겪었느냐"면서 "이와 같은 이유로 성별고지 금지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옹색한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낙태는 임신 어느시기에도 가능하고 여아선별낙태를 시도하는 임산부가 있다는 것도 아직까지 엄연한 현실"이라면서 "태아 성별고지 금지조항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헌재의 판정을 존중해 어쩔수 없이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면 성별을 이유로 낙태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 성별 고지 허용임신 주수를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그 기간으로는 "현행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28주로 정해 일관성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법 개정 필요성 공감…성감별 허용시기는 신중
한편 복지부는 법 개정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성감별 허용시기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 전병왕 의료제도과장은 "헌재결정의 요지는 태아의 생명보호를 이유로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나 가족의 기본권을 무조건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태아의 생명권과 의사 및 무모의 기본권이 공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합리적인 개선안 마련이 필요하다는데 공감을 표한 것. 특히 그는 낙태와 성감별고지간의 처벌규정 균형에 관해서도 "태아성감별과 낙태의 사이의 뚜렷한 인과관계가 희박해진 요즘, 낙태의 죄보다 태아성감별 고지죄를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전 과장은 성감별 허용시점에 대해서는 "낙태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의료인의 직업자유와 부모의 알 권리를 방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접근,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