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 4개월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경쟁관계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고, 요양전달체계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 또한 요양병원들은 진료비 출혈경쟁을 벌일 정도로 무한 생존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반면 노인의료의 질은 위기 신호가 들어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의 실태를 분석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편)돈 없어 치료포기하는 노인들
(2편)요양병원 ‘의료의 질’ 위기신호
(3편)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4편)일본 개호보험의 교훈
“우리나라도 노인의료와 노인복지를 한데 묶는 복합체라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노인의료복지복합체협회 김덕진(희연병원 이사장) 회장은 3일 요양병원의 근본적인 문제로 취약한 의료서비스의 질을 꼽았다.
심평원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전국의 요양병원은 639개, 7만988병상에 달한다.
병원당 평균 병상이 111.1개이며, 입원환자 100인당 의사 1명이 진료하는 요양 병원이 16.8%, 병원당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평균 15.7명, 물리치료사가 2.99명, 작업치료사가 0.79명, 임상병리사 0.53명, 방사선사 0.69명 재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 지표만 살펴보더라도 요양병원의 인력편성에 따른 서비스의 질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면서 “하물며 환자 보호자가 ‘우리 부모님께 불이익을 줄까봐 간병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을 듣기가 어렵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런 예견된 현실은 왜 초래된 것일까.
김 회장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국가의 요양병상 공급정책의 방관과 무관심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요양병상이 2005년 7월 1만 9441병상에서 올해 7월 7만병상을 돌파할 정도로 과히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된 후 봉괴조짐을 보여주고 있다”고 내다봤다.
빠르면 올해 말부터 환자로부터 외면 받는 병원들을 필두로 머지않은 시일 안에 상당수의 요양병원이 사라질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는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2006년 일본은 개호요양형 병상군이 과잉공급되자 약 38만병상을 5년간 15만병상만 남기고 단계적으로 23만병상을 감축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해 민간 사업자들을 아연실색케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부터 이런 일본의 사례까지 인용하며 정부에 요양병상 수급조절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면서 “하지만 탓만 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 험난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메디칼타임즈가 요양병원 원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가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으로 경영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답했는데 바로 그기에 대안이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복지 서비스 일체적 제공 필요"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후 요양병원 환자들이 요양시설로 계속 옮겨가고 있으며, 요양병원에서 퇴원해 가정에서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서비스를 받는 환자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과 같이 의료와 복지를 한데 묶는 복합체라는 인프라를 구축, 과잉 요양병상을 요양시설로 전환할 경우 요양병원의 급속한 붕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합체란 의료기관 개설자가 동일 법인이나 계열 법인과 함께 각종 의료, 복지시설 중 몇 개를 개설해 보건, 의료, 복지 서비스를 일체적으로 제공하는 그룹을 의미한다.
복합체를 이용하는 환자나 요양시설 입소노인은 다양한 보건, 의료, 복지서비스를 계속적이고 포괄적으로 제공함에 따라 편이성이나 안도감이 향상되는 효과를 수반할 수 있고, 운영자는 자기 그룹 내에서 대상자들을 관리함에 따라 수익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복합체 요양병원은 요양시설의 빈약한 의료적 서비스를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정부도 효율적인 노인의료, 복지시스템을 조성할 수 있어 제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덕진 회장은 “일본복지대 의료복지경영학부 니끼 류 교수는 복합체가 독립 의료기관이나 복지시설보다 경영상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연구보고서를 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요양병원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급변할 수밖에 없고, 어느 관점에서 보더라도 어두운 그림자 밖에 드리우지 않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기에는 현실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환기시켰다.
특히 그는 “요양병원 관계자들도 새롭고 급변하게 변화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위기대처 능력을 발휘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로 빠르게 변해야만 생존하는 소수에 머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