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 4개월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경쟁관계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고, 요양전달체계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 또한 요양병원들은 진료비 출혈경쟁을 벌일 정도로 무한 생존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반면 노인의료의 질은 위기 신호가 들어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의 실태를 분석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편)돈 없어 치료포기하는 노인들 (2편)요양병원 ‘의료의 질’ 위기신호
(3편)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4편)일본 개호보험의 교훈
“한달에 40만원 정도 낸다고 보면 된다. 의사는 2명 있다”
요양시설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지방의 H요양병원이 간병비 등 환자 본인부담금과 각종 비급여 비용을 포함해 한 달에 받는 총액이다. 심지어 요양시설보다 본인부담이 적다고 공공연하게 자랑하는 요양병원도 생겨나고 있다.
요양병원 "경영악화…경쟁자는 요양시설"
요양병원의 급증으로 과열경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지난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자 병원들의 환자유치 경쟁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고 있다.
한달 본인부담이 50여만원에 불과한 요양시설이 요양병원의 강력한 경쟁자로 대두되자 출혈경쟁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요양병원 원장 45명을 대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요양병원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물었다.
그러자 응답자 중 무려 38명이 경영 악화를 초래했다고 응답했다. 영향이 없다는 반응은 2명에 지나지 않았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간 기능과 역할을 정립하지 않은 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행한 결과 생존을 위한 가격경쟁이 촉발됐다는 의견인 것.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이후 경쟁 대상을 묻자 25명은 요양시설 또는 요양원이라고 대답했다. 14명만이 요양병원을 요양병원의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A요양병원 원장은 “상당수 국민들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혼동하고 있다”면서 “게다가 환자들이 장기간 투병하다보니 보호자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값싼 요양시설로 몰리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 때문에 대다수 요양병원은 인근 요양병원보다는 요양시설과 가격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인적 인프라와 시설보다 얼마나 싸냐가 환자 보호자들의 선택기준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격경쟁 위해 의료인력까지 감축
설문조사에 응한 요양병원 원장 상당수도 진료비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45명 중 무려 27명이 이미 본인부담금을 낮췄거나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경기도에 위치한 B요양병원은 주변 요양시설과 비슷한 가격을 맞추기 위해 최근 간병비를 포함, 본인부담금을 대폭 낮췄다.
이 병원이 현재 중증도 환자를 기준으로 받고 있는 한달 비용은 60만원.
‘요양시설보다 싼 요양병원’이라는 광고 문구까지 넣어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릴 정도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을 방문한 보호자들은 시설을 둘러보기도 전에 한 달에 얼마나 들어가는지 가격부터 묻는다”면서 “그러니 가격이 싸냐, 비싸냐가 최우선적인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가격경쟁이 의료의 질까지 떨어뜨릴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환자들의 본인부담을 낮추기 위해 의사, 간호인력 등급을 낮췄거나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32명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10명이나 ‘그렇다’고 답변한 대목이다.
의사, 간호인력 등급 높으면 오히려 적자
B요양병원 같은 경우 본인부담을 낮추기 위해 의사를 4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간호사도 1/3로 감축한 경우다.
환자 이송시 구급차를 제공하던 서비스도 없앴다고 한다.
B병원 관계자는 “요양시설과 본인부담은 같은데 의사가 상주하니까 보호자들은 안심하게 된다”면서 “의사, 간호사를 줄이되, 간병인을 다소 늘려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요양병원 원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사, 간호인력 등급을 낮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인건비는 늘어나고 있는 반면 포괄수가제에 묶여 수입은 제자리여서 인력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의사, 간호인력 등급을 높이면 오히려 적자를 보는 기이한 수가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의사나 간호사, 간병인을 적게 써야 겨우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