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의사 재량권에 대한 사법부 폭력이다” “당연한 결정이다”
서울고등법원이 의료기관의 임의비급여의 의학적 불가피성을 전면 부정하자 병원계가 경악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단체들은 재판부가 임의비급여에 대해 분명한 제동을 걸었다며 환영을 표시했다.
심평원을 상대로 진료비환불취소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인 서울대병원은 9일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1심 재판부의 경우 임의비급여 항목 가운데 그나마 치료재료 별도산정 불가 항목과 식약청 허가사항 초과 항목에 대해서는 의학적 불가피성을 인정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이 이마저 이유 없다고 못 박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9일 서울대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청구한 진료비환불취소소송 판결을 통해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나 공단에 청구할 수 없는 비용을 환자 측에 임의 비급여해선 안되며, 그 치료행위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며 임의비급여의 정당성을 전면 부정했다.
이에 따라 170억원에 달하는 임의비급여 소송을 진행중인 성모병원도 이번 판결이 재판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10일 “의사가 더 나은 치료를 위해 급여기준이나 식약청 허가사항을 초과하면서까지 불가피하게 비급여한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면 양심에 따른 진료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서울대병원 판결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병협 관계자는 “재판부가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임의 비급여를 인정하지 않으면 규격진료만 하라는 거냐”고 비판했다.
모대학병원 교수는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진료를 불법으로 규정하면 환자 상태가 나빠져도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판결은 의사에 대한 사법부의 폭력”이라고 질타하고 나섰다.
대외법률사무소 현두륜 변호사는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의료행위에 대해 의학적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병원은 범죄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환자들도 치료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건강보험법이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닌데 환자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잘못된 요양급여기준이라 하더라도 그대로 따르라고 하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는 “재판부가 임의비급여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요양급여기준을 개선하거나 급여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의료계와 정부의 몫이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 환자에게 임의로 진료비를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