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협상팀이 의약단체와 맺은 수가협상 결과에 대해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의결을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재정운영위원회는 오는 23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해 의결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올해 수가협상과 관련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18일 오전 8시부터 회의를 갖고, 공단 협상팀이 의약단체와 맺은 수가협상 결과에 대해 검토했다.
공단 협상팀은 전날 병협 2%, 약국 2.2%, 치과 3.5%, 한방 3.6%의 수가를 인상하는 안을 각 의약단체들과 잠정합의한 바 있다. 다만 의협은 2.6%의 수가인상안을 거부해 수가계약에 실패했다.
지금까지는 공단 협상팀이 잠정합의안을 마련해오면 재정운영위원회는 이를 심의해, 의결하는 것이 당연한 구조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이날 열린 회의에서 공단 재정운영위원들은 재정소위에서 수가협상 가이드라인이 작년보다 높은 수치인 2.4%가 나오게 된 근거를 따져물으면서 의결을 미뤘다.
특히 가입자단체들은 2.4%라는 수가 가이드라인의 근거를 명확히 따져본 후 의결을 하기 위해 회의를 늦추자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수가인상률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 등으로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결이 불발되는 돌발 상황까지는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실장은 "경제상황 등을 고려할때 수가협상 가이드라인을 2.4%로 높게 잡은 근거를 들 것을 요구했다"면서 "많은 재정위원들도 동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22일 다시 회의를 갖고, 수가협상 결과를 의결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만약 이날 회의에서도 의결에 실패할 경우 27일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수가협상 결과가 의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건강연대 소속 회원 20여명은 재정운영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시위를 열고, 건강보험공단과 의약단체간의 수가협상 결과를 비판했다.
이들은 "수가인하 연구결과와 수가동결 방침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급자단체와 작년보다 높은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면서 "정부와 공단은 스스로 무원칙한 협상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재정위원들에게 "수가인상률이 환산지수 연구결과에 따라 객관적으로 결정되기 보다, 공급자단체의 요구를 암묵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결정됐던 관행을 심각하게 고민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