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들에게 석사학위를 주고, 별도의 대학원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학위논문 심사를 통과하면 의무박사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의대체제를 선호하는 대학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전원들도 의대의 눈치를 살피느라 제목소리 내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0일 의전원생이 의사 양성 과정 4년을 이수하면 전문학위를 수여하고, 기타 학위과정 운영에 관해 사항에 대해서는 학칙으로 정하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의학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전원생들은 4년간 석박사통합과정을 거쳐 졸업할 때 의무석사학위를 받고, 이후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다시 대학원에 다니지 않더라도 논문심사만 통과하면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의전원생(4+4)은 의대생(2+4)보다 2년 늦게 의사면허를 취득하지만 박사학위를 취득하는데 걸리는 총 수업연한을 놓고 보면 의대생들은 10년이 걸리지만 의전원생들은 2년을 단축할 수 있게 된다.
그러자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이사장 서울의대 임정기 학장)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시행령이 공포되면 의전원들이 학칙에 따라 마음대로 석사학위, 박사학위를 줄 수 있게 되고, 대학원 과정을 생략한 채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일반대학원 진학자들이 급감해 의생명과학 분야 연구인력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게 반대 이유다.
그러나 입법예고안 찬성론자들은 의대·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의 반대 이유를 다른데서 찾고 있다.
현재 41개 의대와 의전원 가운데 의전원으로 전환한 대학이 13곳, 의대·의전원 양체제로 운영하는 대학이 14곳, 의대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학이 14곳이다.
이들 대학 가운데 의학교육을 주도하는 서울의대, 연세의대 등 소위 메이저의대들은 현재 의대와 의전원 체제를 절반씩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2010년 의대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고 있지만 의대체제로 복귀하고 싶거나 의대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학 입장에서 보면 의전원 제도 정착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정책이 달가울 리 없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모의전원 교수는 “교육부안이 시행되면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고 있는 대학 중 상당수가 의전원체제로 완전전환할 가능성이 있어 의대체제를 선호하는 대학들은 입지가 축소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의대·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가 교육부안에 반대한 것은 유력한 의대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가 아니겠느냐”면서 “의대가 의전원 정책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의대·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는 의대 학장뿐만 아니라 의전원 원장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대다수 의전원 원장들까지 반대론에 가세한 것 역시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의·치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책임연구원 이순남 이화의전원 원장)에 연구용역을 발주한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체제 발전방안 강구’ 연구보고서는 상당수 의전원들이 석박사통합과정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24개 의전원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의전원 석박사 복합학위(MD-PhD)가 필요한지 질문한 결과 17명이 필수요건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모의전원 교수는 “메이저 의대들이 반대하니까 의전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면서 “의전원이 정착되려면 이런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학계가 찬반으로 갈리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