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독립적 심사기구'라는 역할을 기대받으며 발족했다.
그러나 의약분업의 결과로 예측하지 못한 막대한 재정적자가 발생하자 심평원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높은 삭감률을 적용, 의료계의 기대에 역행하는 동시에 독립된 심사기구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다"
연세의료원 박창일 의료원장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박 원장은 12일 심평원에서 개최된 '열린 토론회'에 의료계 대표로 참석해 이 같이 지적했다.
박 원장은 "심평원이 현재와 같은 역할에 머무른다면 결코 독립된 심사기구라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심평원이 독립 기구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지 위해서는 심평원의 최우선 고객인 요양기관이 발전할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역할로는 △부당청구 문제의 해결 △급여기준의 현실화 △요양기관으로의 경영정보 제공 등을 제안했다.
"부당청구 고질병, 제도개선 없이 '방치…지불제도 개편 등 개선 시급"
박 원장은 먼저 "현재의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하에서 과연 부당청구라는 것이 사라질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현재 건강보험에서는 의학적으로는 인정하지만 건강보험의 경제적 논리에 따라 인정할 수 없는 건강보험기준에 의해 환자가 본인부담한다고 동의해 시행한 진료비 조차 부당한 진료비로 정의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논리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면서 "제도적으로 개선하면 되는 것은 30년이 넘도록 아무 생각없이 의료계만 범죄자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변화해야 한다"면서 심평원의 노력을 촉구했다.
박 원장은 특히 진료비 지불제도의 개선 등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함께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진료비 지불제도를 제도적으로 고쳐 급여 부분과 비급여 부분으로 구분해 급여부분은 심평원에서 심사하고 비급여 부분은 환자가 동의할 때 치료하면 임의비급여니 부당처구니 하는 용어도 없어질 것"이라면서 "이렇게 하면 의료기관도 투명하게 진료비를 받을 수 있고 심평원의 조직 운영도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과 동떨어진 급여기준…초유의 진료비 환불사태 불러"
이 밖에 박 원장은 '성모병원 사태'를 언급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급여기준이 진료현장에서 요양기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근거중심 의사결정을 하는 기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보니 의사가 의학적 지식과 양심에 따라 치료를 해도 심평원의 삭감으로 진료비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는 것.
박 원장은 "환자에게 촤상의 진료도 아니고 최적의 진료를 제공하는 경우조차도 수십년간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면서 "급여기준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지난해 건강보험사상 초유의 진료비 민원이 발생하고 초유의 환불비용이 발생했으며 병원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소송까지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심평원은 근거중심의 의사결정기전을 통해 효과적인 치료가이드를 재빠르게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급여비 심사-진료비 가감지급 '이중규제'…개선 필요"
또 박 원장은 급여비용에 대한 심사와 적정성 평가결과에 따른 진료비 가감지급이 요양기관에 이중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창일 원장은 "급여비 심사와 함께 적정성 평가에 따른 진료비 가감지급을 적용하는 것은 이중 적용"이라면서 "법 규정에 따라 가감지급을 해야 한다면 급여비 심사기능과 중복되지 않는 평가지표를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심평원의 자료 독점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이를 병원경영을 위한 지원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박 원장은 "병원은 모든 비용까지 부담하며 심평원에 자료를 고스란히 넘기고 있으나 심평원에서 돌려받는 것은 삭감내역 뿐"이라면서 "이제는 그 자료를 병원경영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 만들어 요양기관에 되돌려 주는 역할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