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립의료원(원장 강재규)에 따르면, 이날 국회 법안소위에 상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심재철 의원 대표발의)이 노조의 반대와 직원의 의견수렴 문제로 잠정 보류됐다.
앞서 간호사와 의료기사로 구성된 국립의료원공무원노조는 “전문가와 노동조합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졸속추진은 의료원을 존폐의 위기로 내몰 수 있다”면서 “잘못된 법인화 추진은 민영화의 또 다른 얼굴이며 국립 의료기관 전체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법인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노조의 이같은 반대에는 공무원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되는 신분과 고용불안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주장이다.
강재규 원장은 얼마 전부터 행정직과 간호직과 팀별 면담을 갖고 법인화에 따른 불안감 해소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직원들은 원장과의 면담 중 고용 보증을 위한 ‘각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져 설득에 나선 강 원장을 당혹스럽게 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의료원의 핵심인력인 의료진의 생각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강재규 원장은 이달초부터 금요 스탭 모임을 잇따라 열고 법인화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의료진 설득에 나섰다.
스탭들은 의료원의 위상과 처우 개선을 위해 “바뀌어야 한다”는데 공감하면서 법인화에 찬성하는 분위기이나 강 원장의 의중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의료진 내부에서는 연임중인 강재규 원장이 법인화를 재 임용의 방편으로 삼고 있다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혼돈 지속시 원장 입지 축소 우려
이는 노무현 정부 때 등용된 강 원장이 이명박 정부에서의 생존방법으로 법인화라는 히든카드를 던졌다는 의미이다.
강 원장은 이 부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얼마 전 금요 스탭 모임에서 “법인화가 된다면 원장직에 도전할 뜻이 있다”며 사실상 재출마 의사를 피력해 스탭 사이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강재규 원장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법인화가 무산되면 새로운 변화를 기대한 지지층의 ‘비판’을, 법인화가 통과되더라도 원장직을 위한 수단이라는 반대층의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더구나 내년 1월 원장 공채를 앞두고 이미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원내 4~5명의 후보군이 이같은 상황을 바라보기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강재규 원장은 메디칼타임즈와 전화통화에서 “복지위 법사소위에서 법안이 보류됐으나 국회 폐회인 다음달 9일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고 “국회에서 공청회 개최와 새로운 안을 제시해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 이번에 안 되면 내년 1월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법인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국립의료원의 마지막 탈출구로 부각되는 법인화가 본뜻을 벗어나 자칫 원장직을 둘러싼 의료진들의 무모한 싸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