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가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내부감시시스템의 세부 운영계획에 대한 결정을 또 유보했다. 지난 10월 이사회가 채택한 결의문이 공수표가 될 판이다.
제약협회는 11일 의약품 유통부조리신고센터 설치, 인터넷 익명고발제 등을 어떻게 운영할지 논의하기 위해 이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협회는 이 자리에서 유통위원회가 마련한 세부 운영계획 초안을 설명하고 이사장단의 동의를 구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사장단은 지난달 회의에 이어 또 다시 세부 운영계획 결정을 유보함으로써 유통질서 확립 의지를 의심케 했다.
협회는 이사장단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무난한 통과를 자신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한 달가량의 내부검토와 유통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마련한 초안이라 큰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장단이 가장 크게 문제 삼는 것은 신고센터와 익명고발을 통해 접수된 부정행위의 경중과 처분을 논의하는 운영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는 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협회는 운영위원회에 복수 이상의 외부 인사를 영입할 방침을 세워두고 있었다. 지난달 열린 회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는 게 협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협회는 이사장단 회의에 대해 "회의가 끝났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얘기해줄 수 없다"고 함구했다. 협회는 이사장단 회의가 열리는 시간과 장소에 대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 왔다.
이사장단이 두 번에 걸쳐 세부 운영방안 결정을 유보함에 따라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이사회 결의문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협회 고위관계자는 "이번에 안 되면 제약업계의 자정결의는 일과성 쇼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이사장단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로 제약업계의 자정 노력은 또 한 번 좌절의 쓴 맛을 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