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선수범해야 할 시도의사회장들이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는 모습이 한심하다. 그리고 회원들중 몇이나 리본 달고 면허증을 반납하겠는가?”
한 시도의사회장은 29일 대법원 판결 이후 의료계의 대응방법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며 의료계가 줄곧 주창해온 의권투쟁의 한계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이 있던 날 오후 전국 시도의사회장들은 의협회관에 모였다.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시도회장들은 의사회별로 자체적으로 ‘근조 의약분업’이라고 쓴 리본을 다는 것으로 항의표시를 대신하기로 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투쟁은 의협과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일부에서 삭발 단식 등 강도 높은 항의표시를 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대세는 ‘리본’으로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리본 색깔을 붉은색으로 할지, 검은색으로 선택할지를 두고 논란을 벌인 끝에 각자 알아서 하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굳이 이 시도의사회장의 불만이 아니더라도 의협 안팎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응이 기껏 이정도 수준이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앞장서서 대응해야할 주체가 직접 당사자가 된 만큼 후위세력들이 전면에 나서줘야 하는데 기껏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리본달기냐는 것이다.
더우기 일부 시도의사회장들에 대해서는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계산기나 두드리고 있다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의료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2000년에 투쟁에 참여한 의사 모두가 죄인으로 전락한 것은 물론이고, 조직의 허약함을 외부에 노출시키는 결과도 가져왔다.
지금 이시간에도 시도의사회를 비롯한 여러 의사단체들의 성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성명은 약속이나 한 듯 리본달기를 실천하겠으며 의권수호와 국민건강권을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는 각오 일색이다.
그런데 앞장서서 총대를 메겠다는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