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개원가의 저조한 회비 납부율의 이면에는 의협에 대한 개원의들과 구의사회 사무국의 불만이 동시에 내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서울시 각 구의사회에 따르면, 의사협회와 서울시의사회 회비 납부를 거부하는 의사들의 목소리가 고조되어 있어 회비 독려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전국 시도의사회 중 가장 많은 33억원의 의협 회비액을 지닌 서울시의사회의 현 납부율은 40%대로 강남구의사회를 비롯한 25개 지역구 중 구로와 용산, 성북 등 일부에서만 절반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구의사회 사무국은 이번달을 의협 회비 징수의 마지막 달로 여기고 의원급 설득에 집중하고 있으나 의사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서울 개원의사 1명이 부담해야 할 회비는 지역구별 다소 차이가 있으나 평균 구 회비 20~30만원, 시·의협 회비 60만원으로 연간 80~90만원이다.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한 A구의사회 사무국장은 “의사들 대다수가 구 회비는 내도, 시와 의협 회비는 못 내겠다는 의견”이라면서 “회원들에게 해 준 것도 없으면서 선거를 앞두고 싸움질이나 하고 있다는 불만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차가워진 개원가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회비 저조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나 올해 가장 힘든 것 같다”며 “수 십 만원의 회비를 내봤자 실사나 당하고 연말정산 간소화도 말 뿐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회비를 내달라고 말하기조차 미안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강남지역 B구 의사회 사무국도 “지금까지 3~4차례 회비 지로 용지를 발송했지만 납부율 50%에 턱없이 모자란다”고 전하고 “찾아가서 협조를 구하면 ‘다음에 내겠다’ ‘생각해 보겠다’ 등 사실상 거부의 뜻이 담긴 답변이 많다”며 회비 독려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같은 상황을 감지한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18일 회장 명의의 서신을 구의사회로 일제히 발송하고 이달말까지 전 회원을 대상으로 납부를 독려해 줄 것을 당부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서울시의 회장 서신은 구의사회 사무국들의 문제제기로 시작됐다는 것.
각 구 사무국장들은 최근 열린 서울시의 내부회의에서 “말로만 독려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상위단체 차원에서 무엇인가 보여줘야 하지 않느냐”면서 “구의사회에서 힘들게 모은 회비를 전달하면 앉아있던 서울시와 의협 직원들에게 다 들어간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강도높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C구 사무국장은 “구의사회와 서울시·의협 직원간 처우가 너무 차이난다"고 말하고 “25개구 중 경력 20년 이상 국장이 상당수이나 연봉 3000만원 수준에 토요일도 근무하는 있는 실정”이라며 상위단체와 상이한 처우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D구 사무국은 “국장 혼자인 구의사회가 적지 않아 의협 여러 부서에서 할 일을 다 처리하고 있다”면서 “솔직히 사무국장들이 마음만 먹으면 회비 납부율 20% 이상 올릴 수 있지만 갈수록 힘이 빠지고 짜증이 난다”고 허탈함을 표시했다.
각 구의사회 일부 국장들은 회비 납부 독려조차 하지 말자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단순한 회비 문제를 떠나 중앙회와의 갈등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감도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