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규모의 의사 파업사태, 의료민영화 논란 등을 불러일으키며 의료계를 뜨겁게 달궜던 의료법 개정작업이 추진 2년여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어 정부 의료법 개정안 등 57개 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복지부에 등록한 의료기관 등에 외국인 환자 유치활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복수 면허소지자의 의료기관 개설 제한을 '하나의 장소에 한할 경우' 해제하기로 했다.
또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양·한방 협진을 허용하며 의료기관 개설자로 하여금 비급여 비용에 대한 환자 고지를 의무화했다.
이 밖에 복지부장관으로 하여금 특정 진료과목이나 특정질환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도 마련됐다.
진료권 침해-의료민영화 논란에 '누더기' 전락
그러나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2년여의 논란과 심의를 거치면서 당초 정부안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의료법 전면개정을 통해 55년만에 우리나라 의료의 근간을 새로이 세우겠다던 정부의 당찬 포부는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의 거센반발로 꺾인지 오래. 이에 따라 법안의 명칭이 '의료법 전부개정법률안'에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바뀌는 곡절을 겪었다.
법안의 내용도 당초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대폭 손질됐다. 관련단체들의 반발로 상당수 쟁점조항이 삭제됐고, 국회 심의과정에서 또 일부 규정이 찢겨나가고 새로 보태지는 진통을 겪은 탓이다.
법인간 인수합병 및 비전속 진료 허용-간호 진단 등 삭제
실제 초창기 모델에서 제안됐던 법인간 인수합병 및 비전속 진료(의사 프리랜서) 허용안, 간호진단 등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이 적극 반대해 온 조항들은 복지부 내부검토과정에서 삭제됐다.
법인간 인수합병 허용 및 보험사와 의료기관간의 비급여 가격계약, 영리법인 허용, 비전속 진료 등은 시민단체들이 '의료민영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던 내용.
아울러 사상 최대 규모의 휴업사태를 촉발시킬만큼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샀던 간호진단과 유사의료행위 관련 규정도 복지부가 개정안을 다시 손질하는 과정에서 모두 빠졌다.
복지부는 이들 핵심쟁점조항을 개정안에서 삭제하면서 의료법을 전면개정하겠다는 계획을, 일부 개정하는 방향으로 돌렸다.
해외환자 유치 제한적 허용…비급여 고지 의무화
이어진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수정작업은 계속됐다.
해외환자 유인·알선 규정은 국내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의료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을 재가노인복지시설 및 관광숙박업까지 확대하도록 했던 규정은 완전히 삭제됐다.
이 밖에 처방전대리수령 규정도 복지위 심사과정에서 빠졌다.
현행법에 대리수령에 대한 근거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전 대리수령이 인정되어 왔던 상황에서, 정부 개정안대로 처리할 경우 오히려 대리수령의 가능범위가 더 줄어든다는 반대의견에 따른 것.
정부 개정안은 '만성질환자로서 거동이 불편한 자 중 의학적으로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대리수령이 가능하도록 해,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비급여 고지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제안한대로 환자의 알 권리 및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을 위해 비급여비용이나 의료관련 증명수수료를 환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고지 또는 게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외국인 환자 유인·알선 공포 후 3월…비급여 고지의무 1년 후 시행
한편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국회 통과 후 공포까지 통상적으로 보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1월 중순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일부 규정의 경우 부칙에서 시행일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어 복수 면허자 의료기관 개설은 공포한 날부터, 외국인 환자 유인·알선 허용의 경우 공포 3개월부터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