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 무엇이 달라지나②]
8일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의료법은 불필요한 규제완화와 더불어 의료전달체계의 재편에 또 다른 중심축을 두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이번 의료법 개정작업을 통해 기관 종별 구분규정을 손질함으로써 1-2-3차로 이어지는 전달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종합병원의 필수진료과목을 확대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역할을 세분화한다는 계획은 무산됐지만, 전문병원 지정을 위한 근거규정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불씨는 살렸다는 평가다.
△전문병원 지정제 도입=개정 의료법은 특수병원으로서 '전문병원'의 형태를 인정하고 있다.
복지부 장관으로 하여금 병원급 의료기관 중에서 특정 진료과목이나 특정 질환 등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렇게 되면 현재 종합전문요양기관-종합병원-병원-의원으로 구분되던 의과 전달체계가 종합전문(상급병원) 및 전문병원-종합병원 및 전문병원-병원 및 전문병원-의원의 형태로 개편된다.
전문병원의 지정은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새로운 종별에 편입된 만큼 향후 이들을 위한 별도의 '종별 가산율'이나 '인정 규정'이 마련될 것이다.
물론 현재에도 정부 시범사업으로서 '전문병원'이 운영중에 있기는 하지만, 상위법령에서 새로운 종별로서 이를 인정하는 것은 과거와 사뭇 다른 의미를 가진다.
복지부 관계자는 "하나의 체계로서 의료시장에 편입되는 것이므로, 시범사업때와는 다른 위상을 가지게 될 것"이라면서 "현재보다 휠씬 전문화·체계화된 관리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며 의료기관의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문병원의 도입은 병원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긍정적인 측면을 기대해보자면, 의료전달체계가 세분화되고 위기에 빠져있는 중소병원들에게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 종별 역할구분이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이들 병원의 출현이 수요자들을 일정정도 교통정리해주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
더욱이 혼란스런 전달체계 속에서 설자리가 없었던 중소병원들의 입장에서는 '전문화'를 통해 새로운 활로모색를 모색할 수 있다. 특히 종별 가산율이 일반 병원급에 비해 높게 책정될 경우 이 같은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전문병원의 성격이 현재의 종합병원, 병원급과 명확히 구분되지 못할 경우 반대로 의료전달체계의 혼란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의 전문병원 시범평가 결과에 보건의료전문가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종병 필수진료과 현행대로=한편 정부의 종별구분 개선안 가운데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의 필수진료과목 기준을 현행 7개과에서 9개과로 확대키로 했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당초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세분화 계획의 연속선상에서 병원급 가운데 300병상 이하인 기관의 경우 현행대로 7개 진료과목을 기준으로 하되, 300병상 이상을 보유한 기관들에 대해서는 기본진료과를 9개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안했으나 법안심사과정에서 삭제됐다.
또 농어촌 지역의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해 추진됐던 '지역거점병원' 제도의 도입 또한 효과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반론에 부딪혀 개정안에서 빠지게 됐다.
결국 복지부가 내놓은 의료전달체계 개편 청사진 중 전문병원 규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잘려나간 셈. 때문에 전문병원 지정제도가 의료개혁의 개혁의 신호탄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