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표소 투표 논란의 해법으로 제시된 서면결의 합의가 의협 수뇌부의 견해차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의장 유희탁)가 의협 상임이사진이 전달한 서면결의 방안 중 대형병원의 우편투표와 기표소 투표 병행 방식에 거부의사를 표시하고 문구수정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의협 집행부가 20일 확정 발표한 서면결의 방안에는 기표소 투표의 적용 시기를 묻는 조항과 더불어 선거권자 100인 이상 있는 의료기관에 기표소를 설치하되 본인 선택에 의해 우편투표 또는 기표소 투표를 결정하는 선거관리규정 개정안을 주 골격으로 하고 있다.
대의원회측은 “기표소 투표 불가 논란을 진화시키기 위해 대의원회 의장과 의협 회장, 선관위원장 등이 합의한 서면결의는 기표소 병행이 아닌 기표소 투표의 의무화”라면서 “의협 집행부의 안은 3자간의 합의 내용을 외면한 왜곡된 내용”이라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대의원회는 21일 의협 집행부에 기표소 투표를 의무화하는 문구로 서면결의 내용을 수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한 상태이다.
유희탁 의장은 “의협의 서면결의 방안을 보고받으면서 기표소 투표가 선택사항으로 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3자가 합의한 내용과 달라 곧바로 주수호 회장에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따졌다”고 말했다.
유 의장은 “문구 수정이 되지 않는다면 대의원회는 이번 서면결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하고 “의협 집행부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전달되면 내부회의를 통해 향후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기표소 투표 의무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는 서면결의안 문구 수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의협 김주경 대변인은 “기표소 투표 여부를 선거권자의 선택으로 둔 것은 지난달 임총 결정을 존중해 반영한 것일 뿐”이라면서 “이를 수정하라고 하는 것은 임총 결정사항을 벗어나 내용을 추가하라는 뜻으로 월권행위에 해당 한다”고 답변했다.
김 대변인은 “12월 27일 열린 임총 결정사항은 기표소 설치만 명시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기표소의 의무화를 묻는 대의원들의 질의와 답변이 회의장에서만 오고 갔으나 명문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기본 선거방법인 우편투표를 배제할 수 없다”며 서면결의 내용에 문제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시 말해, 대의원회 임총 결정사항은 ‘100명 이상 회원(투표권)이 있는 의료기관에 기표소 설치’로 국한되어 있어 현행 선거규정 38조에 명시된 ‘선거는 기표방법에 의한 우편투표로 한다’는 기본 선거방법을 무시할 수 없어 선거권자의 선택으로 문구를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의협은 오늘(22일) 열릴 상임이사회 조찬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곧바로 서면결의안 문구수정의 불가 입장을 대의원회측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뇌부 회동에서 합의한 서면결의가 내부의 입장차로 무산될 경우, 의협 회장 선거를 바라보는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분주해질 뿐 아니라 후보군별 행동전략도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